잭슨_2. 안방 문에서 고개를 빼꼼하게 내밀기 시작했다

by 이화

"보호자님 드디어 우리 잭슨이 밥을 먹었어요"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잭슨이 다 먹기도 전에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었다


새벽 산책을 다녀온 후 안방에서 조용히 고구마와 닭 가슴살 간식을 조금 주면서 먹여 보았다

먹고 뱉고 먹고 씹고 한 바퀴 돌고 와서 또 조금 먹고 소리가 나면 잠시 멈추며 불안을 꾹 이겨내며 먹고 있었다

이렇게 먹기를 20분 동안 나는 밀린 SNS 피드를 만들며 기다렸다


안전 가드 문밖에선 초코와 쪼니가 들어오고 싶어 했으나 잭슨의 안정이 우선시 되어 시야를 모두 차단했다

소리까진 막을 수 없어서 이 방법이 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 리허설 경험은 너무도 좋은 아이디어가 됐다


초코와 쪼니와 겹치는 공간이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나 보다

오전 내내 안방 창가에서 혼자 있길 원했다

차가운 콘크리트 창틀이 너무 안 스러워 나는 급하게 아이들 무릎담요를 깔아 주었다


잭슨이 조용히 쉬는 틈을 타 집안일을 서둘러 끝냈다

어제보단 좀 나아진 건 내가 눈에 안 보여도 덜 낑낑거렸다


오전이 끝날 즘 나의 집안일은 얼추 마무리되었다

나는 키보드를 챙겨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자리를 잡고 잭슨을 불렀지만 나와 함게 따라온 쪼니를 보더니 바로 몸을 가라앉혔다


한낮의 고요함은 아이들의 낮잠을 불러왔다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빼곡하게 모여 있는 베트남 하노이 집들도 평화로워 보이는 시간이었다

잭슨은 창가에서 얼굴과 배를 납작하게 붙이며 잠을 잤고 초코와 쪼니는 나이 옆에서 떡실신 모드가 되었다 ㅋㅋ



작은 생활 소음이 들리긴 했지만 다행히 모두가 곤하게 잘 잤다

오후 산책 갈 시간이 되어 우선 초코와 쪼니를 준비했다

혼자 남아야 하는 잭슨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어쩌면 혼자여서 더 편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현관문을 닫을 즘 잭슨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려서 마음이 좀 쓰여서 걱정이 되긴 했다


기존 30분 정도 하던 오후 산책을 오늘은 조금 당겨서 서둘러 들어왔다

다행히 잭슨은 울지 않았고 씩씩하게 혼자 잘 기다리고 있었다


"잭슨~~~ 잭슨~~ 이모 왔다`~~~"

현관문을 열면서 이름을 먼저 부르며 안정감을 주었다



잭슨의 오후 산책을 바로 이어서 준비했다

새벽 산책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돌고 돌았다


뚱도 누고, 오줌으로 영역 표시도 하고 냄새도 맡으며 산책만큼은 두려워하진 않아 보였다


산책을 마치고 이번에는 간식이 아닌 사료를 준비해서 안방으로 조용히 잭슨을 안고 들어왔다


초코와 쪼니는 또다시 문 닫힌 안전가드에서 길이 막힌 체 기다렸다


하나를 입에 넣었다가도 다시 나오고 떨어진 사료를 다시 먹는가 싶다가도 또 떨어트리고를 반복했다


처음엔 뭐지? 안 먹으려나? 했다

나는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며 밥을 먹는 잭슨을 보지 않았다


곁눈으로 슬쩍 슬쩍 안 보는 듯하며 잭슨의 밥 먹는 모습을 구경해야만 했다 ㅎㅎ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잭슨은 끝까지 한 톨도 남김없이 모두 먹었고 나는 바로 물을 주었다


너무도 놀라워서 바로 보호자님께 이 기쁜 소식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전했다


어젯밤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해야만 했던 보호자님의 마음을 빨리 가볍게 해 주고 싶었다


기쁜 소식을 들은 보호자님은 마음이 너무너무 가벼워졌다고 감사의 답문을 주셨다


여러 사람 마음고생 시킨 잭슨이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노력한 잭슨이 제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밥을 든든하게 먹어서 였는지...

잭슨이 안방 문에서 고개를 빼꼼하게 내밀기 시작했다


나는 공과 장난감으로 유도했다

천천히 초코와 쪼니의 위치와 동선을 눈치 보며 걸어 나왔다


초코와 쪼니도 공놀이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정말 몰랐다

잭슨에게 공을 던져 주면 둘이서 서로 잽싸게 가로 채갔다

잭슨은 허무하게 계속 공을 빼앗기며 공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하며 주변을 서성 거려 야만 했다


개인전으로 놀아야 할 것 같은데.. ㅎㅎ 도무지 잘 되질 않았다


에라 ~~ 모르겠다 이럴 때 경쟁을 배우지 언제 배우겠냐 싶어 나는 하나하나 물고 내게로 오는 아이들 순서대로 반복해서 던져 주었다


어?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크게 충돌되지 않았고 각자가 주워 오면 되는 공에만 집중하며 놀게 되었다


여러 강아지들을 함께 놀아 줘 본 적이 없는 나의 미숙함이 드러난 장면이다 ㅋㅋ


잭슨의 긴장감이 점점 풀어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멀리 떨어 있는 장난감을 물고 오기도 했다

식탁 밑에서 초코와 쪼니의 동선을 확인하고 잠잠해진 틈을 타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고 오기도 했다


두 앞발의 드리블 솜씨가 하루 이틀 한 솜씨가 아녀 보였다

현란하게 움직이며 공을 리드하며 노는 모습은 손흥민 선수처럼 사뭇 진지하다


간식보다 공놀이를 정말 정말 많이 좋아했다


성격은 밝고 건강했다

다만, 불안지수가 너무 높다 보니 모든 사물과 주위를 경계하고 몸과 생각이 경직되어 보였다


불안 때문에 밝은 성격이 올라오지 못했다

불안 때문에 먹는 즐거움을 힘겹게 먹어야 했다

불안 때문에 친구들과 노는 걸 어려워했다


펫시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푸들 견종을 만났다

푸들들의 불안 지수는 항상 단골 항목으로 많이들 지니고 있었다


사람은 좋아하는데 강아지들을 무서워하는 경우

자기방어의 방법으로 작은 생활 소음에도 무조건 짖고 보는 경우

불안이 스트레스로 이어 저 장에 탈이 나 장염이 생기는 경우

보호자와의 분리불안으로 임시보호자에게 한 끗도 못 떨어져 지내는 경우

불안을 없애려고 한 가지에 몰두한 나머지 집착이 되는 경우


이런 다양한 증상들의 출발이 모두 불안이었다

불안은 누구나 사람도 마찬가지로 지니고 있는 감정의 한 일부분이다

부정적 기운들이 모이면 불안지수가 올라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강아지들에게 부정적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미 발생한 불안의 긴장감을 소프트하게 완화시켜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불안지수를 내려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가족이 점점 더욱 소규모로 작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이 덜 겹치다 보면 경험도 적어지면서 대인 관계의 폭이 적어진다


강아지들을 대부분 한 가정에서 한 아이들만 키우고 있다 보니 작은 소견이지만 관계의 폭이 적어진 이유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들이나 사람이나 부쩍부쩍 시끌벅적 살아야 하는 것인가?


유난히도 푸들 견종만이 불안적 성향이 높다 보니 생각이 엉뚱하게 흘러갔다 ㅎㅎ


글을 쓰는 내게 잭슨이 나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린다

'그만 쓰고 나와 함께 있어 줘요~~ 한다 ~~'

'그래~~ 그래 그만 쓰고 이모도 퇴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