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연민으로 '윤주'까지 깊은 절망으로 떨어진 것 같은 죄책감에 휩싸여 책임감으로부터 도피한다
현실과 마주할 용기를 잃어버린 작가에게 탈북자 로기완의 이야기는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다
로기완이 기록한 일기장을 박 으로부터 받는다
로기완의 과거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작가는 잃어버린 삶에 이유를 찾아간다
일기를 통해 드러난 로기완의 고난 행군과 삶이 연민과 근본을 고민하는 작가의 이중 구도의 과정 이야기이다
내 마음이 흔들린 말들...::
언어란 일종의 코드 같은 것이다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입력해야 하는 사회적이고 논리적인 코드. 이 도시로 들어가는 코드 하나 제대로 입력할 줄 몰랐던 그가 중심 회로에서 다소 빗겨난 뒷골목까지 흘러 들어와 '굿 슬립'이라는 호스텔을 찾아낸 과정이 지금의 내겐 일종의 미스터리다
- 본문 중에서-
언어는 소통과 공감을 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이다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시도한다
공부를 하고, 문화를 이해하고, 여행을 통해 경험치를 늘린다
낯 선 세계로 발을 딛는 순간 그 도시의 언어로 바꿔야만 한다는 두려움과 만나게 된다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새로운 도시에 나의 목소리를 올려 본다
두려움은 나의 어깨를 말아 내리고, 가녀린 목소리는 새처럼 날고 싶어 한다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낯 선 언어는 두려움보단 무능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베트남어를 전혀 모르고 하노이에 왔다
외출 시 내가 사용하던 언어는 한동안 나올 이유를 찾지
못 하며 속으로만 웅얼거렸다
로기완이 언어의 절망 앞에서 인종의 벽을 넘어야 했던
애달픈 마음이 내 마음을 쓰리게 한다
-말뚝박이 생각-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에야 로는 어느 담벼락에 몸을 기댄 체 허리를 앞으로 깊이 숙여 끄억끄억 울었다
나는 지금 골목 끝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토해내는 한 사람의 자세를 힘 없이, 그러나 실은 온몸에 힘을 주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윤주도 그때 혼자 울고 있었다
나는 병실 문을 열지 못하고 윤주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었다 어떤 사람에겐 위로도 뜻대로 해줄 수가 없다 그 위로의 순간에 묵묵히 소비되는 자신의 값싼 동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
울고 있는 타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기만 한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위로의 따뜻함이다
절박한 고난 속 외로운 눈물로 범벅 된 로기완
상처투성이로 온몸이 허물고 짓이겨진 윤주
누군가 묵묵한 위로를 자신의 가슴에 담고 있어 준다
아....
실 컷 흘린 눈물이 바람과 만나 고난이 부서진다
허물만 남은 육신에 피가 돌고 살이 붙는다
나의 아이가 울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다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붉은 눈시울을 이불 속에 파묻는다
나의 어깨가 크게 오르며 숨이 올랐다 빠져 나간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조용하게 문을 닫고 나와 주는 것뿐이었다....
-말뚝박이 생각-
로는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로는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다
로는 바로 저런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체온을 나누는 그 순간의 충만함을 갖고 싶어 그 외의 모든 것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신분은 불안하더라도 한 사람만 늘 곁에 있어 준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없이 걷기만 했던 추운 겨울은 다시 경험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으로 오는 결정할 수 있었다
세상의 가장 고적하고 가장 은밀한 어딘가에서 초조하게 주사위를 던져 볼 필요는 없었다
-본문 중에서-
로기완은 라이카와 깊은 연민을 소통하며 삶의 의욕을 찾는다
더 이상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근원적 슬픔을 밀어낸다
삶의 이유가 왔고 그 이유를 오래 유지하고자 모든 걸 놓고 떠날 결심을 한다
자신에게 힘이 되는 혜택과 권리를 모두 내려놓고 남루한 옷가지 몇 벌만 남아도 로기완은 웃는다
그 웃음이 공존하는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 믿고 가슴에 품는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법을 터득한 로기완의 영원한 행복을 빌어 본다
-말뚝박이 생각-
읽은 후 나는...;:
[로기완을 만났다]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됐다
영화로도 제작했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일반적 소설의 장치로 흐르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소설과 다큐의 만남 같았고 그래서 더욱 신선했다
무엇보다 이니셜 L 하나로 무작정 떠난 작가의 추진력과 과감성에 부러웠고 박수를 보낸다
절박한 고난 속 외로운 눈물로 범벅 된 로기완
상처투성이로 온몸이 허물고 짓이겨진 윤주
숨겨온 과거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박
죄책감에 휩싸여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작가
저마다 결핍과 고난 속 현실에서 서로의 연민으로 다가가며 촘촘히 메꿔간다
타인이라는 완고한 벽이 연민을 통해 허물어져 가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세심한 표현에 내 마음도 녹아내렸다
우린 모두가 누군가 앞에 서면 타인이 된다
우리의 삶도 저마다 해결해야 할 무수한 문제와 고민의 연속이다
그 문제들은 위태로운 절망으로 가기도 하고,
외로운 슬픔으로도 간다
위로와 연민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도록 가슴 깊숙한 곳의 나와 만나고 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