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답게 박물관이 정말 많다. 비엔나로 이사한 첫 주말 마침 매월 첫째 주 박물관 무료입장 주말이어서 기회를 잡아 박물관 탐방을 했다.
1. Museum of Military History
이전에 무기 보관소였던 곳을 개조한 박물관으로 16세기말 합스부르크 왕가 시대 군대부터 세계 2차 대전까지 전쟁과 군사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큐레이팅이 잘 되어 있어서 사전지식 없이도 편히 관람할 수 있다.
건물도 정말 웅장하고 화려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제일 있었던 박물관이었다.
2. Uhrenmuseum (Vienna Clock Museum)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구성되어 있던 박물관이었다. 1층 중세시대, 르네상스, 바로크 시기 시계부터 2층 비더마이어 시대, 3층 19세기에서 현대까지 시기별로 시계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주 작은 미니어처 시계부터 거대한 벽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비엔나가 원래부터 시계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었는데 점점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서 입지를 굳혔다고 한다. 그래도 귀족층에서는 스위스제나 프랑스제 시계를 선호해서 비엔나의 시계 장인들이 일부로 스위스 또는 프랑스식 가명을 사용했다는 것을 들었다. 내 눈엔 다 비슷하게 화려하고 정교해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클래스가 엄청 나뉜다고 하니 그저 다른 세계 얘기 같았다.
3. Haydnahus
하이든이 죽기 전까지 살았던 곳으로 이곳에서 '천지창조'와 '사계'를 작곡했다고 한다. 하이든이 생전에 썼던 피아노를 볼 수 있고 그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1800년대 모습을 복원한 작은 정원이 정말 예뻤다.
4. Beethoven Museum
비엔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 베토벤의 아파트를 개조한 박물관이다. 중심가에선 조금 떨어진 도시 외곽 하일리겐슈타트에 위치하고 있다. 베토벤이 청각장애로 괴로워하던 시기에 살았던 곳으로 그가 겪었던 절망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좋아하는 음악가에 대해 더 배우고 그가 살았던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 외에도 로마시대 유적이 있는 Romermuseum과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채플 중 하나인 Virgilkapelle 박물관도 다녀왔다. 둘 다 규모가 작고 독일어로만 설명이 있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무료로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하루에 6개 박물관을 돌고 나니 상당히 진이 빠졌지만 아주 알차게 보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비엔나에 온다면 첫째 주 일요일 박물관 무료입장 혜택을 꼭 누리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