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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수 Dec 29. 2021

지나가겠죠, 서른도

김종화 (1993.03.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번째 수기의  문장은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서른에서 한 달을 뺀 날을 지나고 있는 현재에 내가 느끼는 감정의 요약은 ‘부끄럼 많은 30년을 보냈습니다’이다. 중학생 때 고등학생이 되면 어떨까를 상상하고, 고등학생 때에는 내가 대학에만 간다면!이라고 더 어른의 삶을 동경했던 소년은 이제 서른이 되어간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실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어도 대단한 성장은 없고 성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미숙이 완숙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맞이하는 서른도 별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얕고 유치한 농담에 깔깔대는 열여섯의 사고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막연한 기대와 동경으로 살았던 10대의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더 많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모든 서른  먹은 혹은 서른을 지나친 사람들이 말하듯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스스로 겪는 심적인 부담만이 29.9세와 30세를 구분하는 차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서른에  것도 아니겠지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꿈을 꾸고 싶다. 마치 내가 미성년자를 벗어나 성인이  때처럼 그런 기대감과 꿈으로 나에게 다시 생기를 불어넣고 싶은 마음이다. 서른에 대한 글의 시작을 열며 관계 속에서의 서른, 혼자 돌아보는 서른, 그리고 30대의 시작으로서의 초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집착은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린다는 의미인데, 나는 가족, 연인, 친구, 회사 등 모든 관계에서 집착하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잘 챙기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제어하지 못하는 편이다. 서른이 되어가니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어떤 친구들은 벌써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나는 내가 서른 즈음이 되면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서른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했다. 좋은 아들, 좋은 형제, 좋은 연인, 좋은 친구, 좋은 직장 동료가 되기 위해서 부단하게도 애를 썼다.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만 관계에서 오는 만족으로는 내면의 갈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관계에서의 집착을 버릴 수 없는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내면의 갈증을 채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관계 속에서의 내가 비교적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것에 비해,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했을 때의 나는 정말 엉망진창이다. 관계에서 온 상처들을 내면에 묻어두고 돌볼 생각조차 없으면서, 바라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질책하는 면모까지. 흔히 회사에서 사람을 갈아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나의 내면을 갈아서 외연의 성과들을 얻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성과를 얻으면 내면의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바라는 이상과 내가 실제로 얻어낸 성과 사이의 괴리 때문에 작은 만족감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런 모순을 안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살아왔던 30년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또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는 무책임한 상황으로 서른을 맞게 되었다.


 30대의 시작으로 나의 서른은 여전히 대단할 것이 없을 것이다. 스무 살이 서른 살이 되는 과정에서 그때마다의 경험과 감정으로 성장했듯이 나의 30대도 닥쳐온 상황에서 고민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40대를 향해 달려가지 않을까. 부끄럼 많은 30년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생각한 만큼 만족스럽게 해오지 못했기 때문이고 앞으로 맞이할 30대의 10년도 부끄럼 많은 시간일 것이다. 그리고 더욱 힘든 10년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성년을 맞이하는 10대 후반처럼 나도 나의 다가올 서른에 막연한 기대를 걸어본다. 마지막도 시작을 열었던 소설의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30±1,

[지나가겠죠, 서른도]

written by KIM JONGHWA

김종화, born in 199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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