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하여
다운타운이 생각하는 '글쓰기'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잊지 않았길 바라며) 여기는 다운타운입니다. 맨 처음 우리는 “글쓰기”를 시민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행위로 선정하며, 그것을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서 브런치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브런치가 자신의 “다움”인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정말 중요한 건, 다운타운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우리는 우리의 삶에 더 많은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지난 에피소드에서 다룬 “더 많은 작가가 브런치에 필요한 이유”의 내용뿐만은 아닙니다. 브런치는 “작가”라는 지위를 부여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쓸 용기를 주었고, 글을 잘 쓸 책임감을 주었고, 더 나아가 그 글로 인해 작다면 작은 그리고 크다면 큰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글쓰기”라는 것이 꼭 세상을 바꾸어야만 좋은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운타운에서 말하고 싶었던 우리 삶에 더 많은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는 사실 “활자” 자체의 속성에 있었습니다. 브런치라는 브랜드를 다루는 동안에는 “활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왜 점점 글을 읽는다는 것이 힘든 건지,
(잘 읽고 계신가요?)
왜 글을 쓴다는 일은 이렇게나 힘에 겨운지, 말이죠.
(쓰기싫다...)
영상과 이미지, 활자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하던 에피소드에는 그런 관점도 있었어요. 글쓰기를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영상에 비해 수고가 적기 때문이다, 라고요. 그런데 또 그 글을 연재한지 불과 2주가 안되었는데도 끊임없이 생각이 변화합니다. 어쩌면 글쓰기는 영상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어요.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템플릿, 앱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글을 쉽게 쓰는 템플릿이나 앱 같은 것은 도대체 왜 나오지 않는 걸까요? (물론, 템플릿을 활용한 영상과 창조적으로 만들어낸 것의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논쟁적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활자형 인간이란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활자란 더 고도화된 문명이고 영상이란 어쩌면 더 본능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내용도요.
이 활자라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활자는 참 지금의 시대를 역행하는 컨텐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활자는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너무나도 비생산적이게도 멀티플레이가 불가능한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는 이러한 활자의 비생산성이 생각의 정리, "자기다움의 발견"에 가장 효과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활자의 비생산성이 생각의 정리, 자기다움의 발견에 미치는 영향
작년 한 해는 유난히 “페르소나”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어요. BTS의 ‘페르소나’라는 곡도 있었고, 넷플릭스에서 이지은 배우가 등장한 영화 ‘페르소나’,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트렌드코리아 2020의 첫 번째 트렌드가 바로 ‘멀티 페르소나’였죠.
이제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페르소나는 무궁무진합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나는 다른 사람인 척 살아갈 수 있어요. 다만 그것은 아주 많은 감정적,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자신의 페르소나들 속에서 혼란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페르소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개인의 감정과 생각까지도 모두 잘게 조각을 내어 버리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린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정리의 핵심은 “깨끗하게, 무인양품 스타일로”가 아닙니다. 정리의 핵심은 “나에게 잘 맞는 정리 방법”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에서 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이고,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각의 정리’ 또한 같습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방법은 ‘생각의 정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정리’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서 말했던 활자의 비생산성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TV를 보면서 청소를 할 수는 있지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청소를 할 수는 없어요. 더 쉽게 말하자면, 잠시라도 우리는 나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과 나의 오감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며, 나를 보다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자기다움"을 안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참 좋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바로 “나의 서랍”인데요, 나만이 기록해두고 싶은 나의 글을 적어둘 수 있는 것이죠. 브런치는 결코 작가가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책으로 출판될 글만을 쓰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브런치는 공책과 펜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그것을 남기며,
자기 자신을 보다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곳이 브런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상, 다운타운의 브런치편 마칩니다.
DAUNTOWN
ADR-01. brunch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