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일기

02_몸과 마음

by 활짝



일과 일 사이에, 쉼표를 찍을 때마다 나는 항상 병원을 달고 살았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까, 가끔씩 궁금해진다.


아프다고 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정도가 많았다.

아마도 서른이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접촉성 피부염이 국소부위에서 시작되어 꽤 오래 갔다.

전에 없던 안구건조증도 생겼고, 한번은 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아 굉장히 불편한 몇달을 보내기도 했다. 마침 일을 그만두고 퇴사 바로 다음날 터키로 무작정 떠났을 때다.

'나는 비행기 타는 거 좋아하니까'라며, 여비 아낀다고 궁상을 떨며 세번을 갈아탄 장시간의 비행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스튜어디스 언니를 불러대야했다. 몇번의 호출에 더는 물한잔 부탁하기가 미안해 물통 가득 물을 채워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물을 많이도, 자주 마시지도 않는 나였기에 이런 나의 몸이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어느 순간, 어떻게 그 증상들이 사라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증상들이 시작된 기억은 나름 선명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희미하다.

그러곤 여느때와 같이 다시 출근길에 복귀한 내가 있었다.


올 해는 이전과는 또 달랐다. 불안정한 예술계에서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문화재단을 박차고 나오기 전까지의 그 시간은 길고도 어두웠다. 반년이 지나간 지금도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은 그 기억들이 너무 나빴다기보다 그 기억 속 내 모습이 싫기 때문이다. 왜 모두가 부러워하던 그 빛나고 아름다운 곳에서 나는 가장 어두웠고 숨막혔는지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다. 그 곳을 떠올리면 답답했던 내 모습이 꼬리처럼 따라와 여전히 나를 우울하게 한다.


어려서부터 몸도 마음도 민감한 구석이 많았던 나는 두드러기나 피부 염증들이 낯설지는 않다. 이번 여름에 잠깐 찾아왔다 사라진 두드러기는 날이 쌀쌀해지는 늦가을에 다시 찾아왔다. 한랭두드러기는 외출시 굉장히 불편할 뿐더러 그 강렬한 비주얼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걱정을 많이 끼치는 편이다.

이름은 한랭두드러기지만 솔직히 이놈은 여름에도 불쑥 왔었고, 객관적으로 꼭 '춥다'에만 해당하지도 않는다. 이유도 원인도 정확히 알 수 없고, 한시간 정도면 가라앉지만 성을 내며 일어나는 피부를 보면 내 몸이 다 안쓰러워진다. 피부에 드러나는 마음을 보는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돌보지 못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나만 생각하고 이기적인 사람까지는 못 되더라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만큼 나를 챙기지 못하는 내 성격이 짜증나고 미울 때가 많다. 내 마음이 화를 지혜롭게 잘 분출하게 되면 내 피부가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건강한 방학을 보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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