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 용기
어제밤 늦게까지 동생과 대화를 나눴다.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친한 친구는 두 명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했다. 그 애와 나는 둘다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편이다.
나에게도 두 명의 친한 친구가 있다. 한 명은 초중고 학창생활을 함께 보냈고, 지금도 지근에 살고 있다. 가까이 산다고 해서 자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때 생각나는 친구다. 다른 한 명은 직장 동료로 만나서 가까워진 친구인데, 지금은 외국여행 중에 있다. 둘은 매우 다른 성향인데, 둘 다 연하와 사랑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행 중인 친구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설렘의 단계에 있고, 다른 친구는 곧 결혼을 시작할 두려움의 단계에 있다.
꽤 오랜 고민 끝에 퇴사 후 여행을 결정한 친구가 용기를 내기까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대로 선뜻 떠난 친구는 얼마 전 여행 중에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영화와 같은 이야길 전하며 자신만 행복한 것을 못내 미안해했다. 혼자 여행도, 타지에서의 만남도 모두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앞 날을 약속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길이지만 아직까진 잘 헤쳐나가고 있다.
어제는 종일 결혼을 앞 둔 친구의 웨딩투어를 따라다녔다. 웨딩투어 따라간다는 말에 남친도 없는 사람이 속도 좋다며 핀잔하는 다른 친구에게 나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결혼을 앞둔 친구는 본래 걱정이 많은 편인데, 몇 달 전부터 웨딩드레스 걱정에 대한 고민을 자주 털어놨다. 친구의 불안감을 알기에, 그녀의 고민과 선택장애를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도 잘 어울리는 드레스 스타일을 찾을 수 있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강물이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치뤄지는 결혼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친구는 안주하려는 마음으로 결혼을 도피처로 택한 것은 아닌지, 결혼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을지 번민에 빠진 듯하다.
각자의 짝을 찾은 두 친구와 달리, 나는 혼자라는 게 별다를 게 없은 지 오래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가 있지만 어느새 또 잊혀지는 감정이 되버린다. 얼마전부터는 만나보라는 권유를 부담없이 덥석 받아들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변죽좋게 먼저 선수를 치기도 했다. 소개팅에 대한 기대도 부담도 없어진 건 이성 친구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 친구 하나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터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소개팅을 통해 사람 친구를 얻은 적은 없다.
이제 연말이고 하니, 아는 후배가 크리스마스 파티에 놀러오라고 한다. 사람 소개시켜달라고 조를 때는 언제고, 막상 초대를 받으니 갑자기 발뺌하고 싶어진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설레기보단 두려운 거다. 이런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야 말로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