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 날들
한랭두드러기 때문에 한 달 정도는 집 안에서 나가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길고 긴 겨울이 눈 앞에 창창하므로, 이제는 내 몸도 날씨에 익숙해져야한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집 밖에 나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옷 지으시는 김선생님, 코님과 같이 오랜만에 만나 점심도 먹고 수다도 떨었다. 두 분 모두 나에게는 좋은 언니들이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다. 세시간이 참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쉬웠다. 김선생님은 요즘 새로 만든 브랜드로 힘들고 바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행복해보였다. 그간 마음 고생이 많으셨기에 이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정뉴디자이너님이 나에게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이성은 아닌데, 출장을 함께 다녀오면서 애정하게된 사람 중 하나다. 정뉴디자이너님 작업실은 올 해 두번째 방문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스트레스도 많지만 설렘도 크다는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공예트렌드페어는 작년보다 훨씬 더 상향평준화된 브랜드와 상품들의 구성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작년에 눈여겨봤던 브랜드의 상품들은 확장된 베리에이션으로 라인업된 경향이 있었고, 새로 눈에 들어온 브랜드과 상품들이 몇가지 있었다. 디자이너와 공예 콜라보레이션은 유럽풍과 한국풍 디자인 특성들을 잘 버무려서 적당히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근년이면 그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싶다.
몇일 전 인생의 선배로 생각하고 편하게 보자고, 고민이 있을때 언제든지 연락달라는 첫만남이 인상 깊은 그녀를 만났다. 첫인상 만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두번째 만남에서부터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던 것은 어쩌면 그녀가 고난의 시간에 처해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이번 만남에서 그녀는 조금 더 자신을 되찾은 듯 했으나, 여전히 의문이 드는 부분은 남았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차차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몇 번만으로 어떤 이를 판단할 수는 없으니.
이번주는 오래된 친구와 함께 마사지샵에도 다녀왔다. 아무생각 없이 마사지 받는 동안 눈을 감고 누워있는 느낌은 정말 호강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육체적인 위안도 정신적 위로 만큼 필요한 일인가 보다.
사람들을 만나면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간다. 사람과의 관계도 인생에서 결정해야하는 여러가지 선택들 중 하나다. 자주 만난다고 해도 가깝지 않을 수 있고, 가끔 만나지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를 그 인간관계라는 것은 단순하기도 복잡하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꽤 오랜 시간 고민하던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답을 알고있었기 때문이리라. 헛헛함 보다는 후련함이 남았다는 사실이 되려 슬프고, 아프기도 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