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균 Mar 20. 2023

당신의 인생은 무엇인가요?

방황하는 20대의 청춘들에게

1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학교에 갔다면 똑같은 책상에서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교육을 받으며 지내는 기간입니다. 저도 그랬고, 당신도 그랬을 겁니다. 내가 접하는 세상은 정규교육과정의 5과목뿐이었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저는 당연히 그것만 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전 수학이 좋았어요. 5과목 중에서 제일 점수가 잘 나왔거든요. 그렇게 전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줄 알고 경제학과를 갔습니다. 전 제가 경제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경제도 잘했거든요. 근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신이 난다고 하는데 경제 공부할 때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생활은 이게 아니었습니다. 분명 자기 전공은 열과 성을 다해 공부하고 경제학과면 밤새도록 국가 경제와 세계 금융질서에 대해 토론하고 엄청난 수학적 모델로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계산해 떼돈을 버는. 전 이런 대학생활을 꿈꿨습니다. 물론 꿈만 꾸고 실제로 해보려니까 알았죠. 전 사실 수학을 좋아하는 척했던 겁니다. 초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저의 세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이 5개의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중 하나라도 내가 좋아하는 게 없으면 미쳤을 거거든요. 일종의 세뇌였습니다. 12년동안 직사각형 건물 안에서의 삶을 견디기 위해선 수학을 무조건 좋아하도록 절 만든 거죠.


혼란스러웠습니다. 먹고 살라면 졸업은 해야 해서 학교를 때려치우진 않았지만 누가 그러더라고요. 후회할 인생을 살고 싶지 않으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12년 동안 정규교육이 세상의 전부였던 저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게 뭔지 몰랐습니다. 명확한 취향도, 취미도 없고 그냥 그날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야 했던 저는 갑자기 주어진 자유 속에서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은 하나 둘 자신만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멋있었습니다. 나도 내 의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저를 알아가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코딩도 학교에서 알려준다길래 파이썬을 배워봤지만 저의 Hello world는 인사만 500번 정도 건네고 끝나고 말았습니다. 설마 내가 사업가 기질이 있어 제2의 일론 머스크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스타트업 기획도 해봤지만 이건 자꾸 남들 등쳐먹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이것도 때려치웠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봐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물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시도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느 하나도 저의 심장을 두근거리고 설레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난 좋아하는 게 없는 거 아닐까?'


이 생각이 1년 내내 절 괴롭혔습니다. 옆에 친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인턴도 하고 옷도 만들고 사업도 하는데 전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전 그냥 주말 오후 늦게 일어나서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강아지와 놀다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좋았거든요. 친구들과 술을 먹으려면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생각이 바꿨습니다.


'어차피 모든 일이 재미없다면 돈이나 많이 벌자'


자, 이제 목표가 재미있는 거에서 돈으로 바꿨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거나 투자회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금융업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어떻게 아름아름 알아낸 선배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관련 서적과 인터뷰를 닥치는대로 뒤져 그들의 삶을 관찰했습니다. 근데 어느 정도 돈을 많이 번다 싶으면 8시에 출근하고 새벽 2시에 집에 가는 게 일상이랍니다. 하루 종일 숫자와 그래프만 보고 있다가 차 안에서 조금이라도 잠을 자기 위해 택시를 타고 집에 간대요. 이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안 될 거 같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랑 산책을 해도 밤 11시면 집에 가고 싶은데 새벽 2시까지 설령 그 일을 좋아한다 해도 어떻게 그렇게 삽니까? 제 20대의 절반을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4대의 모니터와 돈을 잃었다는 고객들의 불평을 상대하는데 소비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진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좋아하는 걸 찾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 직장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거기에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설령 그 목표가 돈이라도, 돈을 많이 벌겠다는 그 열정이 부럽습니다.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아니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을 수나 있긴 한 걸까요? 아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무엇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