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낭만!

사는 동안 부족한 자의 손으로 누군가의 삶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by 안녕

2년의 휴학, 4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작년 응급구조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SNS에 합격 사진을 올렸다. 많은 축하를 받았고, 그중 연락이 끊겼던 오래전 친구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네가 말한 대로 꿈을 이루었구나!


십 년이 넘게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이 나도 잊고 있었던 꿈을 기억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고마웠다. 친구의 꿈을 기억 못 하는 나한테는 그 모든 마음들이 과분할 뿐이었다. 덕분에 나도 흘러가는 대로 지냈던 내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도는 언젠가 꼭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때 '울지마 톤즈'를 처음 보고 이태석 신부님처럼 삶의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 또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 된다는 게 대단했고 어떤 삶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환자를 치료해주는 삶을 꿈꾸었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심장이 멎지 않게 현장에서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을 몰라 '흉부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꿈꿨었다. 큰 꿈과는 다르게 공부는 잘 못했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얼떨결에 RCY 부단장이 되면서 응급처치 경연대회 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했다.


나는 교회를 매주 잘 다니고 바른생활을 하는 그런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내가 부족하기에 하나님을 믿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은 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교회 다니고 기도할 때 하나도 안 들어줬던 기도가 5년이 지난 지금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기도의 힘은 크고 그렇기에 진심 없는 기도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제일 간절했던 기도제목이 '아무것도 아닌 제가 환자를 위해 값지게 쓰일 수 있게 해 주세요'였다.

실습 때부터 의료적 자원이 밀집한 수도권보다 병원 간 이송거리가 멀고, 여행으로 인한 레저사고, 노인 등의 특수 응급질환까지 배울 수 있는 지방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첫 직장을 다니고 싶었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이렇게나 멀리 내려오게 할 줄을 전혀 몰랐다.







안녕, 나의 낭만!


응급구조사가 된 지금 나의 꿈은 권역에서 많이 경험하고 배워서 코이카를 통해 카메룬에 의료봉사를 가고 싶다. 응급의료체계가 잡히지 않은 곳에서의 응급의료를 경험하고, 그 후에 소방에 지원하고 싶다. 얼마나 이룰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잊지않기 위해 한번 써본다. 그리고 나중에 얼만큼 이루게 될지 궁금하다.


직업은 달라졌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은 지금도 한결같다. 일찍 꿈이 생기고 변함없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초입에 들어온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지금까지 응원해 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은 현장에서 나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갚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실수만 하고 밥 안 먹어도 될 정도로 욕 많이 먹는 신규 병아리지만 잘 배우고 커서 언젠가 이태석 신부님처럼 나의 삶의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그것이 내 기쁨이 되는 나의 낭만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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