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것이 아니라고 깨달은 오늘이 너무나도 아팠다
내가 환타여서 그런지 한 근무에 2,3번 정도의 CPR 상황이 생긴다.
실습 경험까지 포함해서 처음 CPR 상황을 만났을 때는 모든 죽음이 마음 아프고 속상해 며칠간 고생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죽음은 우리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환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오늘 구역에서 CPR이 터졌다. 무전을 듣고 바로 달려가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해 compression을 했고, 환자는 ROSC가 되었으나 불안한 상태였다. 담당 의사에게 환자의 안 좋은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보호자는 f/u 처치를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 큰 언니가 열이 나서 출입이 통제되는 상황인데 아버지에게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려주면 안 될까요? "
" 당연히 되죠, 하고 싶은 말 다하세요 "
마지막 인사까지 방해하는 코로나를 욕하며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처치를 이어나갔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길 바라는 큰 따님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넘어서 내 마음에 꽂혔다. 담담히 처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face shield 속 마스크가 다 젖고 나서 눈물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게 큰 따님의 마지막 말인
아빠 내가 많이 사랑해
라는 말이 끝나자 monitor의 알람이 울렸고, 맥박이 촉지 되지 않아 바로 compression을 시작했다. ROSC가 되었으나 결국 보호자들은 DNR을 결심하셨고, 이후 마지막 업무인 flat EKG를 찍고 보호자분들께 목례로 무거운 인사만을 하고 나왔다.
아직도 첫 CPR환자와 몇 분의 환자들은 환자와 보호자 얼굴은 물론 그 날의 냄새까지도 기억이 난다.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죽음들은 어쩌면 이 일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려는 무의식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 아무것도 아닌 나의 손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이지만 죽음들을 직면할 때와 남겨진 이의 슬픔을 볼 때 하나님이 가장 밉다.
오늘도 누군가는 떠났지만, 남겨진 이의 삶에 떠난 이와 함께한 추억이 대신 따뜻하게 지켜줄 것이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