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삶의철학이 되다!
요즘은 멀리 바라보는 풍경들이 맘 한켠 설렘을 줍니다. 화려하고 눈부시고, 새롭게 하나둘 봉우리 틔워내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입 밖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들던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경이롭습니다. 적당한 시기에 스스로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내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의 빛을 발하니... 한편으로 우리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도 있네요~
오늘은 토끼의 섬이라는 일반그림책보다 큰 규격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그림이 너무도 섬세합니다. 깔끔한 톤의 그림과 색감... 그리고 토끼의 눈이 생명력 있어 보입니다.
이 그림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 것도 좋지만, 직접 소장해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자 요르크 슈타이너는 스위스 작가입니다. 교사로 일하면서 주로 방송대본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요르크 뮐러와 호흡 잘 맞는 파트너로서 작품활동 중입니다. 이 그림책은 글이 빠질 수는 없지만, 그림에 더 집중해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림을 그렸던 요르크 뮐러는 회화를 전공하였고, 1994년 안데르센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 한 분입니다. 사실적이면서 환상적인 화풍으로 작가들이 말하고픈 현실을 더욱 실감 나게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자~ 그럼 이야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대형 공장 같기도 한 이 건물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바로... 이곳은 어마무시하게 많은 토끼들이 살고 있는 "토끼들의 섬"입니다.
토끼는 자연을 벗 삼아 산으로 들로 뛰어다녀야 할 텐데...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일까요?
이곳의 토끼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오는 먹이를 먹고 살아갑니다. 오롯이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러다 살이 포동포동 찌면 도살장으로 끌려가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이유는~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용도로 ....
그 안에 있는 토끼들은 아무도 철창 밖의 상황을 모른 체 앞으로 나의 미래는 좋을 거란 막연한 기대 속에서 하루하루 안주하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몸집이 작은 갈색토끼의 등장으로 공장 안에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있던 회색토끼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공장 밖의 세상을 경험해 본 바가 없는 회색토끼에게 갈색토끼는 바깥세상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 몸집이 작은 갈색토끼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회색토기였기에 결국 갈색토끼와 용기 있는 탈출을 시도합니다.
탈출 성공!!!
두 토끼는 마냥 행복했을까요?
갈색토끼는 워낙 자유로운 세상 속에 뛰어다녔기에 탈출한 그 자체 만으로도 안심되고 좋았을 테지만, 회색토끼는 주는 먹이를 먹고 자고 무언가 내가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니 모든 상황들이 혼자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부담과 함께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위험하기에, 무엇을 어찌해봐야 할까? 생각하기보다는 다시금 내게 편안함을 느끼게 했던 그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결국 회색토끼는 갈색토끼의 도움으로 공장인 "토끼들의 섬"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 회색토끼의 미래는 어찌 되는 것일까요? 단 한 번 이었지만 강행해 보았던 탈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은 도살장으로 끌려가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혼자 떠난 갈색 토끼는... 또 다른 새로운 친구를 만납니다.
다름 아닌 고슴도치의 등장!
세상의 이치란 경계를 넘나들어 관계에 바짝 다가갈수록 좋은 것보다는 때론 상처로써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나무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있다 보면 서로 햇볕을 받기 위해 가늘게 위로만 크기 때문입니다. 서로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그러다 보면 서로가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나무들이 올곧게 자라는데 필요한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불립니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순 있어도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이기에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어쩌면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이러한 적당한 간격이 있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토끼들의 섬의 회색토끼를 바라보면서 지금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없이 획일적으로 서로 따라가기에 바쁘고, 왜?라는 고민 없이 누구든 같은 모습 속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안주함 속에서 새로운 자극이 오면 극복의 방법보다는 회피하려는 모습들...!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입니다.
회색토끼에게 탈출할 수 있는 우연한 기회가 생겨났지만, 그 상황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내게 새로운 기회가 생겨났을 텐데, 결국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이 기회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은 있으나, 옳고 그름의 판단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길을 걸으면서 내가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목적과 목표가 없다면 내게는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는 그냥 일반적인 통로 일 뿐입니다. 갈색토끼는 공장을 빠져나가야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회색토끼는 아무런 목적 없이 공장밖으로 나왔기에 공장의 안이나 밖이나 별 의미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더 무서움이 가득한 낯선 세상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함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끌려가듯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갈색토끼인가요? 회색토끼인가요?
저는 자유의지가 강한 갈색토끼인 것 같습니다. 회색토끼처럼 살다가 세상밖으로 뛰어나왔더니 두려웠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에 눈을 떠 버렸습니다.
새롭게 이루어가고, 새롭게 도전해 보고, 새로운 경험들이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염구가 "스승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하자 공자께서 "힘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은 중도에 그만두는데, 지금 너는 선을 긋고 있구나"라고 하셨다 <옹 아편>10장
불가능함을 시도해 보는 것과,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합니다. 살고 싶은 삶이 없다면 사는 데로 살게 되고, 원하는 게 없다면 주는 대로 받게 됩니다. 이렇듯 수동적으로 의지해 살아가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그저 막막함에 행동하지 못합니다. 오롯이 나의 인생은 내가 움직여야만 하는 나의 몫입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TV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날 좋은 아름다운 봄날.... 웅크리지 마시고, 기지개 활짝 켜시면서 세상 속에서 나만의 탁월함을 맘껏 드러내시기를!
내가 생각하는 것만치 그렇게 세상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위험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건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유한한 삶 속에 더욱더 다채로움으로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나만의 세계를 만끽하기 위해 서로의 간격은 유지하면서 오늘을 즐겨보세요! 나는 언제나 소중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