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리영 Feb 13. 2021

죽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노래『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를 듣고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中島美嘉(나카시마 미카)


우연히 블로그를 둘러보다가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을 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그 날은 겨울이었고 지하철을 타고 종로에 가고 있었다. 부산영화제에서 친해진 지인들이 서울에 놀러온 날이었다. 약속 장소는 나도 처음 가는 번화가의 식당이었다. 나는 익숙한 거리에서 낯선 식당을 찾으며 나카시마가 부른 노랫말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나카시마는 <눈의꽃>으로 유명한 가수였다. 나카시마는 이관개방증이라는 병으로 활동을 중단했었으나 다시 복귀하여 불안한 음정과 박자로 간절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갈매기가 부둣가에서 울었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생일날에 살구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생일날에 핀 살구꽃을 바라보며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문득 죽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죽어야 할 이유가 되어 버리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서울을 찾아온 부산 사람들은 나도 몰랐던 맛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보쌈과 김치찌개를 먹었다. 오랜만에 함께 술을 마셨고 너나할 것 없이 시시껄렁한 옛날이야기 꺼냈다.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늦은 저녁에 헤어졌다.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내다 혼자가 된 나는 술에 잔뜩 취한 몸으로 덜컹거리는 전철에 탔다. 


늦은 시각 1호선에는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가라앉은 분위기로 가득했다. 나는 목도리로 얼굴을 싸매고 전철의 손잡이를 잡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술에 취해서 너무 힘들었고 순식간에 외로워졌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中島美嘉(나카시마 미카)


-내가 죽으려고 생각했던 것은 신발 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더 이상 이전처럼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카시마는 죽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아마 누구보다 간절하게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부르는 나카시마를 보고 있으면 살아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일상의 다양한 순간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다정하지 못한 사람일까? 죽음이라는 끝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으로서 때때로 끝을 바라보게 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믿는다. 도망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자주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살고 싶기도 하다. 어쩌면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조금 더 잘 살고 싶다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정가영은 대단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