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일할 수 있기를
얼마 전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야?
엄마가 하는 일이 엄마 꿈이야?"
엄마가 하는 일이라. 나는 잠시 생각했고, 그저 지금처럼 쭉 일할 수 있다면 그게 꿈이 맞다고 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직업 같은 거 말이야. 유튜버나 웹툰 작가 같은 거. 그 두 개는 요즘 아이의 꿈이다. 아이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튼 '엄마 꿈은 직장인'이라고 다시 한번 말해줬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뭐 별 수 없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다음 해였던 2010년 6월, 생애 첫 직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2026년 현재까지 계속해서 직장인이다. 약 16년의 시간 동안 총 4번의 회사를 거쳤고, 가장 마지막에 입사한 회사는 현재 10년째 근속 중이다. 거쳐간 회사에 따라서 내 직무도 여러 번 바뀌었다. 전시 기획자에서 심포지엄 행사 운영자로 그리고 제약 마케팅 광고 AE로.
처음에는 뚜렷한 목표의식으로(그것을 꿈이라고 불렀다) 입사를 했지만, 이후 이직의 방향은 경력 우대에 적합한 회사로 흘러 들어갔다. 이직한 회사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일하다 보니 경력이라는 유리한 이력서 한 줄이 생겼고 그걸 무기 삼아 조금 더 나은 조건(워라벨을 따질 수 있는)으로 옮겨갔다.
직업이 꿈 자체가 되던 젊은 날의 청춘이 점차 흐려지면서 나는 내 상황에 맞는 회사를 돈벌이 수단처럼 찾았다. 결혼을 했으니 좀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아이를 낳았으니 이제 돈보다는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야근 없는 회사로. 그렇게 나의 꿈은 이제 현실을 잘 살아낼 수 있는 현재의 안정으로 맞춰졌다.
그렇게 꿈을 찾아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꿈을 이루긴 했다.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할 수 있는 재택근무. 다달이 밀리지 않는 월급.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의 연봉. 팀워크가 잘 맞는 업무 시스템. 이 정도면 나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왜 나는 더 이상 회사의 규모도, 네임밸류도, 미래 성장 가치도 더는 중요하지 않아 졌을까. 16년간 일하는 인간으로 살아오다 보니 꿈도 내가 살아온 모양대로 제단 되어 내 몸에 꼭 맞는 맞춤복 형태가 되었을까.
더 이상 꿈이 직업명이 되지 않아 지자, 나는 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만 해도 아주 다양한 근무 형태를 거쳤다. 처음엔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 이후에는 재택근무로, 또 이후에는 반일제 재택근무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다시 풀타임 재택근무로.
나만큼 변화무쌍하게 일하는 직장인이 또 있을까.
아이가 무엇을 물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나의 꿈은 보다 단순해졌다. 일하는 인간으로 오래 살아남는 것.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오래 하는 것. 돈벌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것. 일에서 자아실현을 찾지 않는 것. 아이를 안전하게 키워 낼 수 있고, 고양이 사료값을 걱정하지 않는 것. 너무 먼 미래보다는 이번 한 달의 안정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그게 나의 꿈이 되었다.
아이는 모르겠지만, 어른의 꿈은 이토록 소박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 아직은 모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