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3~5년 주기로 학교를 옮긴다. 새로운 학교로 옮길 때에는 해당 학교의 근무 여건을 미리 살펴보게 된다. 체육교사들이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째, 해당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학생부장은 학생 생활지도 관련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데, 모든 교사가 꺼리는 업무라 주로 남교사, 특히 체육교사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보람보다는 부담이 큰 업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운동부 특히 단체종목 운동부가 있는지 여부이다. 운동부가 있으면 통상적인 교사 업무 외에 추가적인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운동부 유무를 꼭 확인하게 된다. 운동부가 있는 학교일수록 체육교사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부 담당교사를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다. 교사의 주요 업무는 수업과 생활지도, 그리고 담당 업무의 행정처리이다. 교사들의 수업지도 역량 강화를 위해 행정실무사를 고용하는 등 학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운동부 담당교사의 경우에는 예외이다.
운동부 운영과 관련된 업무, 훈련 및 대회 참가 출결 처리, 법령에 따른 각종 교육과 협의회, 위원회 활동 등 일반 교사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업무가 주어진다. 일반 교사가 연간 40건 내외의 공문을 생산하는 데 비해, 운동부 담당교사는 10배 가까이 되는 374건(2018년 기준)의 공문을 생산하고 있다. (김미화(2023).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교사의 공문서 처리에 관한 비교연구. 석사학위논문.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이처럼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운동부 담당교사는 수업 준비에 전념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수업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021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운동부 지도자들의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운동부 담당교사들은 대회 기간 내내 대회에 동행하여 지도자들의 휴식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해야 했다. 교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는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대회 출장을 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출장 기간 동안에도 수업은 이루어져야 한다. 대체 강사를 구해 수업을 대신하게 할 수도 있지만, 강사 채용이 쉽지 않아 대부분 수업 시간을 미리 교환하여 출장을 가게 된다. 교환된 수업은 출장 전후에 몰아서 해야 하므로 큰 부담이 된다. 더욱이 출장을 다녀와서 지급받는 출장비보다 실제 지출 비용이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학교에서 교통비를 실비가 아닌 대중교통비에 맞춰 지급하기 때문이다. 축구대회 같은 경우 중소도시나 지방에서 진행되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해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여비 규정상 교통 형편에 따라 실비 지급이 가능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출장을 가는 순간부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식비로 일당 25,000원이 지급되지만, 요즘 물가 수준에서 8,000원으로 식사할 만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학생들에게 고생했다며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한번 사주게 되면 실제 지출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가정이 있는 교사들의 경우에는 더욱 큰 부담이 된다. 가족을 두고 일하러 나와 오히려 돈을 더 쓰고 돌아가는 '희대의 막장 남편'이 되는 셈이다. 일부 교사들은 이러한 실정을 전혀 모르고 있어 "운동부 아이들은 수익자 부담금으로 운영되니 운동부 업무를 담당하면 월급 외에 더 많은 돈을 받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어오기도 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운동부 담당 교사로서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교사들은 "운동부를 맡으면 승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승진을 위해서는 연구실적 점수가 필요한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내야 한다. 경기도에서 전국체전 대표로 선발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어렵다. 경기도에는 65개 팀이 있을 뿐 아니라 프로유스팀도 여러 팀이 있어, 전국체전 출전 자체가 꿈꾸기 힘든 일이다. 특히 단체종목 운동부일 경우에는 더욱 부담이 크다. 많은 인원의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문제로 학급 담임 역할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체전 대표가 된다면 담임 경력으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출전 자체가 힘들다. 담임 경력은 승진이나 전직 등에 있어 기본 경력으로 인정되는데, 운동부를 맡으면 이마저도 어려워진다. 설령 담임을 병행한다 해도 운동부 업무량이 너무 많아 담임학급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 이처럼 운동부 담당 업무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체육교사들은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단체종목 운동부가 있는 학교일수록 교사들이 가장 꺼리는 대상이 된다. 결국 운동부 담당 업무는 마치 폭탄을 돌리듯 떠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신규 교사에게 운동부 업무를 떠넘기는 일도 있다. 이렇듯 운동부 담당자가 전문성 없이 업무를 강요받다 보니, 운동부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 또한 담당 교사가 바뀔 때마다 운동부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풍토는 운동부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운동부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운동부 업무 처리에 대한 권한을 운동부 지도자에게 부여하고, 업무 처리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운동부 지도자 또한 학교 교직원이므로 직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에 따른 직업 안정성과 근무 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회 등 출장 시에는 학교 관리자나 안전 책임자를 대신 파견하여 운동부 지도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전문성 없는 교사에게 감독 역할을 맡기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운동부 지도자를 코치로 인정하고, 교사는 학생선수들의 학업 병행을 지도하는 역할로 변경이 필요하다. 이는 운동부 지도자를 학교 교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대안을 통해 운동부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교사들의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