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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없이도 행복할 학생선수

by 이현우

kbs 스포츠개혁시리즈 슬픈금메달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스포츠 문화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과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2008년 방영된 "슬픈 금메달"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후로 스포츠와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개혁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들은 단순히 메달 획득을 넘어, 학생선수들의 전인적 성장과 권리 보장을 목표로 했다. 특히, 학습권 보장, 폭력 근절, 진로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책들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점진적으로 학교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고, 실제로 많은 영역에서 가시적인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직 개혁의 마침표는 찍지 못하였다. 여러 정책들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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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교육정책 도입은 의도치 않게 운동부 담당교사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기존에도 과중했던 업무에 새로운 정책 이행이라는 과제가 더해지면서, 많은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었다. 애초에 학생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전인적 성장을 위해 도입된 정책들이, 역설적이게도 업무 과중으로 인해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필자 역시 2018년부터 축구부를 맡게 되면서 이러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운동부 운영에 따르는 기본적인 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에너지가 소진되는 상황에서, 학생선수들을 위한 교육적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러한 교육정책의 근본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학생선수 출신으로서, 그리고 진로전환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정책들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메달만 좇는 고통스러운 삶이 아닌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며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운동부를 맡고 있지 않은 지금에도 학교 밖으로 범위를 넓혀 정책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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