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병원 가기
진료예약방법, 그리고 제네바 병원 및 치과 추천
집 떠나서 아프면 서럽다는데 심지어 병원 진료도 쉽게 볼 수 없다면 어떨까. 스위스 제네바가 그런 곳 중에 하나이다. 스위스 보험을 가진 학생이나 일반인들의 경우, 매년 최대 2500프랑이라는 자기 부담금 (deductible)을 고려하면 병원에 가는 걸 주춤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자기 부담금이란 보험 가입 시 설정한 일정 금액까지의 병원비는 본인이 100% 지불하고, 그 이상 청구된 병원비부터만 보험회사에서 처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국제기구나 대표부의 경우, 자기 부담금은 없지만 기관에 따라 병원비의 80% 혹은 90% 까지 보험 커버를 해주고 나머지는 본인부담이다. 병원비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어도, 병원을 언제 어떻게 방문할지가 문제다.
1. OneDoc 온라인 예약 시스템
다행히 최근에 제네바에 도입된 온라인 병원 진료 예약 시스템 OneDoc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로 방문하면 될지 정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영어가 안 되는 곳은 불어로 진료 예약을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은 덜 수 있다. 진료를 보고자 하는 내용 그리고 희망 언어를 선택하면 자신의 주소에서 가장 가까운 의사 그리고 가장 빨리 예약 가능한 날짜 순으로 보여준다. 그냥 병원에 가게되면 진료 예약이 다 차있어 헛걸음을 하게 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미리 진료 예약을 하고 가면 확실하게 예약된 시간에 진료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일부 병원과 개인 클리닉만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진료를 다 볼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먼저 확인해 보면 전화 예약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그리고 약국의 예방접종 예약도 가능해서, 매년 정기적인 독감 예방주사나 최근의 코로나 부스터 백신을 맞기 전에 미리 등록하고 가면 편리하다.
2. Magellan 병원 체인
영어 진료가 가능한 일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있다. 스위스에서 일반 가정의 (GP)를 찾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위스 사람들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남기고 정기적으로 체크해 주는 가정의학과 담당의가 한 명씩 있다. 아프면 전문의를 찾기 전에 먼저 가정의학과 주치의를 찾아간다. 회사에서 병가를 내기 위해서도 주치의로부터 진단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 해외에서 제네바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도 담당 가정의학과 의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대부분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봐 온 환자들이 있고 대부분 새로운 환자는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일반 가정의학과 주치의가 필요한데 아직 찾지 못했다면 제네바의 Magellan 병원 체인에 등록된 의사들에게 연락해 봐도 좋다. 새로운 환자도 자유롭게 받아주는 곳이라고 들었다.
3. La Clinique des Grangettes 그랑젯 병원
제네바 Chêne-Bougeries 지역에 위치한 사립 종합병원. 제네바대학병원에 비해서 시설이 깨끗하고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리스트에서 본인이 필요한 진료과를 선택하고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해 병원 방문 일정을 정하면 된다. 대부분 영어를 잘 하지만, 영어가 안 되는 의사는 진료 예약부터 모두 불어로 해야 한다.
4. HUG 응급실
응급 상황이 생길 경우, 바로 달려가야 하는 곳은 제네바대학병원 응급실이다. 작은 병원에 가게 되면, 영업시간이 끝날 때 결국 제네바대학병원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점은, 응급실의 특성상 병원 방문 순서가 아닌 질환의 경중도에 따라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래서 생명에 위험이 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적게는 1~2시간에서 많게는 3~4시간 혹은 그 이상을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
5. La Tour 응급실
HUG 대학병원과 같은 사립대학병원이다. 메랑 지역에 위치하고, HUG보다 환자가 적을 수 있어서 집이 메랑에서 멀지 않다면, 먼저 La Tour 응급실에서 진료를 봐도 좋다.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만약 La Tour 병원에 전문의가 없다면, 1차 진단 서류를 준비해서 HUG로 트렌스퍼를 해준다. 그러면 바로 HUG에서 해당과 전문의를 볼 수 있다. 소아과의 경우 예전에는 예약제로 진행되었다는데, 이제는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 응급 상황이라면 금방 의사를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6. 정형외과
Dr. Pascal SEITE/Orthopaedic Surgeon FMH. 손목, 발목이 삐었거나 결림, 타박상 등이 생길 경우에도 진료를 볼 수 있는 스포츠 정형외과 병원이라고 들었다. 한국인 의사 선생님이 있다.
7. Physiotherapy 물리치료센터
스위스 보험에서 적용하는 물리치료 기준 가격은 30분에 60프랑이다. 보험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의사의 진단서와 물리치료 처방전이 있으면 1년에 24번까지 보험 커버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다녔던 Eaux-Vives의 Osteo Physio 센터는 10분 정도 운동치료를 해주고 20분은 통증 부위에 오일 마사지를 해주었다. 꾸준히 다니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 있는 물리치료센터에 가는 걸 추천한다.
8. 치과 Névé Clinique Dentaire
다른 병원 진료와 비슷하게 스위스에서 치과 진료도 예약이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당일에도 바로 가능한 스케일링을 받으려고 해도 여기서는 며칠 혹은 몇 주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간단한 치과 치료 등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치료하는 치과로는 네베 클리닉이 있다고 들었다. 쁠랑빨레 지점을 추천한다. Rond-Point de Plainpalais 5, 1205 Genève.
만약 스위스의 치과 진료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프랑스 국경 페르니 지역에도 센터가 하나 있다. Centre Dentaire Ferney Voltaire - Dentistes et Orthodontistes à Ferney Voltaire. 물론 전화로 미리 예약을 잡고 가야 한다. 그랑사코네 지역에는 Cabinet dentaire Smile and Care 이곳에는 한국인 치과 의사 선생님도 있다.
복잡한 치과 치료의 경우, 보험 커버액을 잘 확인해야 하고 스위스 치과 치료비는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에 가서 치료를 하고 오는 게 더 경제적일 수도 있다. 왕복 비행기표와 한국에서의 치과 치료비를 합해도 스위스에서 치료비보다 훨씬 저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스위스에서 병원 진료를 받을 때 자신의 보험 카드를 제출한다. 병원비를 바로 결제하지 않고 나중에 집으로 청구서가 날아오는 시스템이다.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도, 스위스 보험카드를 제출하면 약만 받고 돈은 후불이다. 또한, 스위스의 병원비는 진료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청구서를 보면 진료 시간이 분 단위로 계산되어 있다. 즉 진료를 보러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물어보신다고 마냥 수다를 떨다 나오면 엄청 비싼 대화였음을 나중에 청구서를 받아보고 깨닫게 된다. 보통은 첫 5분 진료의 가격 그리고 그 이후 5분 단위로 계산이 돼서 청구된다. 또한, 병원은 한 번 방문했지만 진료 외에 피검사나 다른 추가 검사를 했을 경우, 혹은 병원에서 어떤 약을 받아 복용했을 경우 여러 장의 청구서가 하나씩 날아온다. 병원 청구서는 아직까지 전자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고, 종이로 된 청구서들이 전부 우편을 통해 배송된다. 보험회사에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청구서를 한 곳에 모아 두고 잘 정리해서 한꺼번에 청구를 해야 누락되는 청구서가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아프지 않은 게 최선이지만, 혹시 아프다면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를 잘 찾아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스위스 특히 제네바에서는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프기 전에 미리 자신의 의료 기록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일반 가정의학과 주치의를 찾아 두고, 위에 언급된 OneDoc 혹은 사립병원 전화 예약 방법을 통해 급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더 빨리 도움을 구하거나 약을 처방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