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바다에 들겠는가
하루 다섯 번
파도 면벽수도하는 저 바다 젊은 바위처럼
끄떡없이 자리 지켜 앉아 있다 보면
서서히 가슴엣 불 조금씩 졸여지는 것 느껴지지
사랑을 품지 않고
어찌 바다에 들겠는가
...
그러니
너를 품지 않고
어떻게 물에 들겠는가
[해녀들] _허영선 시인
해녀학교를 다니며 바다에 들어갈 때마다
사랑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가 내어주는 것과
보여주는 것들이 사랑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물벽 너머로 나를 다시 보내 숨을 쉬게 해주는 것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것도
바다였다.
작은 심장을 졸여
숨을 참고 파도를 맞다 보면
사랑으로 가득 차 나오곤 했다.
그러니 어찌 물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교를 졸업하고도 아쉬운 마음에 해녀축제를 보러 제주도에 다시 찾아갔다. 이 날 하늘은 청명했다. 각 어촌의 해녀분들이 해녀 옷을 입고 긴 행렬을 시작했다. 장구, 꽹과리와 징을 치며 다들 달뜬 얼굴로 신명 나는 아침을 열었다. 하늘을 나는 돌고래들과 마음이 들썩거렸고, 해녀삼촌들을 따라 흥겨운 행렬에 동참했다.
두 눈에 바닷빛을 가득 담은 두 명의 애기 해녀도 만났다. 나도 어쩌면이라 생각했지만 이분들을 다시 보니, 당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진심으로 가득찬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여름을 끝으로 해녀가 되지 못했다. 현실은 항상 꿈과는다르게 나를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고민들로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 안에는 바다와 연결된 특별한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 연결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그리고 삶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음을 배웠다. 매해 여름이면 해녀를 꿈꾸며, 바다에 품어졌던 날들이 반짝이며 빛날 거라 생각한다. 마음만은 언제고 해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