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역사

다르게 보는 시선

by Liaollet

해녀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매력적인 시선을 가졌다.

첫째, 기회를 가진 자가 중요한 일을 한다.

둘째, 높은 자는 위에 있다.

셋째,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해녀학교를 다니며 위의 말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중요한 일은 그녀들로부터 시작됐다.


제주도에는 3명의 해남이 있다. 해녀의 수는 2022년 말 기준으로 3226명이다. 역사 속에서 물질의 시작은 남성들이 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수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제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일제 식민지정책이 시작되기 전부터 수탈을 가장 먼저 경험했다. 전쟁으로 남성들에게 노역이 심하게 요구 됐는데, 강제로 노역에 끌려갈 바엔 제주도에서 뭍으로 많이들 도망갔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여성들은 터를 지키고, 적을 막으려 벽을 세웠다. 당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적었고, 그만큼 다른 삶의 기회도 적었다. 해녀들은 터전에 남았고, 오래전부터 바깥일과 집안일 둘 다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해녀의 역사를 처음 듣게 된 건 해녀 박물관 학예사를 준비하는 남학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였다. 그 역시도 제주 해녀의 삶이 얼마나 고됐는지 이야기해 주었는데, 이때부터 해녀의 역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됐다.


Haenyeo story _ Liaollet


해녀들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있던 곳에서 최선을 다해왔던 여성 공동체였다. 더 나아가 함께를 책임지는 일은 제주도를 지키는 힘이 됐다. 1932년 제주해녀항일운동은 생존권 투쟁이 항일운동으로 확대된 국내 최대의 여성연대운동이었으며, 유네스코에는 ‘제주 해녀문화’가 등재되었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여 한국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해녀는 마을의 공동이익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들을 해왔는데, 그중 해녀 공로비의 내용에는 학교바당구역을 만들어 여기서 채취한 미역의 수익금으로 마을학교의 건립자금 마련했다고 한다.


이런 의미 있는 일들은 기회를 가진 자들에 의해서만 행해지지 않는다. 기회가 없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높은 자는 누구일까?


일반적으로 지위에 따라 높은 위치에 공간적 권력이 주어진다. 왕이 다른 사람들 보다 높이 앉아 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해녀의 문화에서는 그 위치가 달랐다. 제주도에서는 바람이 많이 분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나와 잠시 쉬는 돌로 쌓은 공간이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함께 모이면 젊은 하군 해녀들은 나이가 있으신 상군해녀들을 위해 위에 앉았다. 나이와 계급이 해녀 문화에서는 권력의 위치로 통하는 게 아닌 배려가 되는 부분이 지혜롭게 느껴졌다. 연로하신 분들은 안전하고 깊이 있는 낮은 곳으로, 젊고 힘 있는 사람들은 높여 줄 수 있는 거꾸로 된 위치와 시선이 흥미로웠다. 정말로 높은 자는 누구일까? 배려를 할 수 있는 서로가 아닐까 싶다.



제주해녀 문화와 건축프로젝트


새로운 것은 더 나은 삶을 만들까?


박물관에서 제주해녀 문화와 건축프로젝트 전시를 봤다. 프로젝트의 작가는 해녀삼촌들에게 새로운 공간이나 도구를 디자인하려 했다. 그러나 해녀 삼촌들은 늘 "아무것도 필요 없다." 했다. 졸업작품을 해야 하는 작가의 입장은 난처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욕심을 접고, 해녀삼촌들을 도우며 그 문화를 이해했을 때, 조금씩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삼촌들을 보면 몇 가지 도구와 몸 말고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바닷속에서도 더도 아닌 할 수 있는 만큼만 물질을 하신다.


예전에는 새로운 물건들을 자주 그리고 많이도 샀다. 그 물건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보다 내 공간을 다 차지해 정리하느라 바빴다. 막상 필요한 건 많지 않은데, 하루에도 여러 번 의지와 다르게 환경오염을 시켰다. 오늘 산 물건의 포장지, 비닐, 먹은 음료수 병과 뚜껑, 배달음식용기, 사두고 입지 않는 옷과 신발 너무 많다.


새로운 것들을 사들이는 것보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건 공간을 만든다. 대형마트에 가서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소비를 꾸역꾸역 더부룩하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1+1이며, 빽빽이 쌓인 물건들을 볼 때 풍족하기보다 불편하다. 하다못해 물건 하나가 필요한데 고를 선택지가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나 많은 물건들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삶을 택할 수 있을까?


해녀의 옷과 도구들


고문헌 속 해녀 그림에는 지금도 쓰는 해녀의 도구들이 그려져 있다. 태왁, 물안경, 까꾸리등 쓰던 물건에 새겨진 바다의 얼룩을 보며 그들의 지나온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다. 필요한 것만을 오래 써왔고, 더 잡기 위해 새로운 도구를 만들지도 않았다.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지켜온 것이다.


이제는 해녀 고무옷을 만드는 곳이 몇 군데 안 남았다고 한다. 점점 줄어들어가는 해녀의 수 때문일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제주해녀의 약 64.8% 정도가 70세 이상 고령자이다. 매년 100여 명은 은퇴를 하고 신규진입은 30여 명에 그친다고 한다. 모두가 해녀가 될 수 없지만 해녀가 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면 우린 좀 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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