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 차가운 마음

놓아버린 손

by Liaollet

겨울은 언제나 그의 계절이었다. 북극 가까운 외딴 마을, 혹한과 고립이 일상이 된 이곳에서 그는 여전히 장갑도 끼지 않은 채 길을 걷곤 했다. 손을 주머니에 넣지도 않았다. 그의 손은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어 얼어붙는 듯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손을 불필요한 도구로 여겼다. 맨손으로 얼어붙은 눈을 치웠다. 손가락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끓는 물이 넘쳤을 때도 망설임 없이 맨손으로 냄비를들어 올렸다. 화상으로 붉어진 손바닥을 내려다봤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은 단지 그에게 있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것이 얼고 타고 망가지더라도, 아무런 감정도 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손에 대해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눈 덮인 길을 걷던 날,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추우니까 손을 꼭 잡아야 해.”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처음으로 잡아본 그녀의 손은 그에게 낯선 감정을 일으켰다. 이 손만 잡고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손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이제 그는 북극 가까운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다. 손이라는 존재는 그에게 허무와 고통만을 남겼다. 그것은, 잊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한 장면 때문이었다.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던 순간, 얼음이 갈라지기 시작했다.그녀의 몸은 깨진 얼음 속으로 점점 미끄러져 내려갔고, 그는 필사적으로 손을 붙잡았다. 손끝에 온 힘을 다했지만 그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얼음은 그의 발밑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발이 미끄러지고, 손아귀에 점점 힘이 빠졌다. 그는 더 세게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지탱할 힘이 없었다.


그녀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가까스로 그의 손을 잡고 버티던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손이 그의 손끝에서 빠져나갔다. 얼음아래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은 차가운 물속으로 번졌다.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그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얼어붙은 손끝에서 번진 차가움은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후로 그는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은 푸르게 변했다. 동상이 그의 손을 집어삼켰고, 결국 모두 절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슬프지 않았다. 이제는 누군가의 손을 잡으려 애쓸 필요도, 손끝에 남은 고통을 견딜 필요도 없었다.


손가락을 모두 잃은 후, 그는 처음으로 길을 나섰다. 여전히 바람은 거칠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손이 주머니 속에 있었다. 그는 묘한 따뜻함을 느꼈다. 그제야 비로소 평온해졌다.


그는 그녀가 사라졌던 얼음 위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얇은 얼음 위에 멈춰 서서, 내리는 눈을 한참 바라보았다.


"이제 됐어"


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얼음을 내리찍었다. 차가운 울림이 물속으로 번졌다.

차가운 바람, 차가운 마음.jpg 차가운 바람, 차가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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