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잃어버린 기억

선택

by Liaollet

폭설이 내리는 날

후회하지 않던 삶이 지겨워,

아무도 걷지 않을 곳,

그곳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몸을 누울만치 땅을 팠다.


이제껏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여겼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한 적 없어.'라는 견고함은

사실 잘못된 것이 없다는

나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마저도 옳은 게 아니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선포였다.


하늘이 우중충하고,

위로 부는 바람이 흙을 쓸어내렸지만

구덩이 속은 따뜻했다.

얼굴을 돌려, 눈을 기다렸다.


언제쯤 다 덮일까?

가난한 몸에 충분히 눈이 쌓일지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들을

고개를 돌려 다시

세고 셌다.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과

타인에 대한 희망을 가지느니

눈이 많이 오는 날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잃고, 자유를 찾겠다 선택하는 것

후회 없는 삶은 결과가 아니라, 의지였다.


눈이 다 덮일 때까지도 살아있는

그 선택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눈 오는 날, 잃어버린 기억 _ THE3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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