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폭설이 내리는 날
후회하지 않던 삶이 지겨워,
아무도 걷지 않을 곳,
그곳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몸을 누울만치 땅을 팠다.
이제껏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여겼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한 적 없어.'라는 견고함은
사실 잘못된 것이 없다는
나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마저도 옳은 게 아니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선포였다.
하늘이 우중충하고,
위로 부는 바람이 흙을 쓸어내렸지만
구덩이 속은 따뜻했다.
얼굴을 돌려, 눈을 기다렸다.
언제쯤 다 덮일까?
가난한 몸에 충분히 눈이 쌓일지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들을
고개를 돌려 다시
세고 셌다.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과
타인에 대한 희망을 가지느니
눈이 많이 오는 날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잃고, 자유를 찾겠다 선택하는 것
후회 없는 삶은 결과가 아니라, 의지였다.
눈이 다 덮일 때까지도 살아있는
그 선택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