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유학5. 습관적 제자리 뛰기

오버드로잉

by Liaollet

길은 위로 나있다고 생각했다. 끝없이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그 길은 머리 위로 아득하게 멀었다.


어디쯤일까?

새롭게 시작하면 다를 줄 알았는데, 거울을 가까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이다.

얼굴을 감싼 두 손은 깜깜한 거울이다.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은 혼자가 됐을 때,

더 잘 보인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삶.

항상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열을 올리고, 시간을 태웠다.

웃긴 건 이게 그림에도 녹아있다는 거다.


계속해서 원을 그려댄다.

여러 선이 겹쳐 어지러운 원이 된다.

계속해서 색을 올려댄다.

더 깊은 색을 쌓고 쌓아

그림이 탄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려는 걸까?

이것저것 어지럽히고, 태우고 다녔다.

팬에는 맛있는 순간을 지난 새까맣게 타버린 빵만 남았다.

펜에는 검게 탄 원들이 걸려 있다.


습관적 제자리 뛰기를 한다.

마릴레나가 말한다.

그림이 케이지 안에서 쉼 없이 뜀뛰는 토끼 같다고


케이지가 보여 나가고 싶다.

위로 난 길에 쌓기를 멈춘다.

적당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와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