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달프니깐 물질은 하지 마라
해녀회장님은 처음부터 물질을 잘하셨을 것 같지만, 수영을 못했다 했다. 세숫대야를 잡고 첨벙거리며 배웠는데, 인생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한다. 회장님 특유의 제주도 억양과 사투리로 해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군소는 '굴맹이'같은 새로운 단어들도 알려주셨고, 파래는 '시퍼어런 파래'로 푸른색의 온도가 느껴져 즐겁게 이야기를 들었다.
손도 누리고 발도 누리고 아니
해녀의 장비 중에 까꾸리가 있다. 바위에 붙은 해산물을 떼거나, 돌을 집고 다닐 때 쓰는 도구이다. 호맹이라고도 하는데, 손에 잡고 있으면 헤엄쳐 다니는 게 어렵다. 어느 날 이를 놓았더니, 즐겁게 손도 누리고 발도 누리며 헤엄칠 수 있었다고 하셨다. 이 말이 마치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들렸다.
무언가 힘을 주어 손에 붙잡고 있다 보면, 가진 것에 집착하게 된다. 누리는 기쁨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까꾸리는 고무줄을 묶어 손목에 걸어두고 잠시 잊는다. 필요할 때만 찾으면 되니까. 그러면 자유롭게 바닷속을 누릴 수 있다. 잘 누리려면 원래 세상에 왔던 것처럼 빈손여야 누릴 수 있었다.
해녀들이 바다에 나가면 각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 사랑하는 사람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테왁(물에 떠있는 뒤웅박)에 파란 깃발, 빨간 깃발을 꽂았다. 이때 회장님은 남편분의 사별에 대해 언급하며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하늘과 땅차이라, 밥도 함께 먹을 때가 맛있었는데, 혼자 먹고 나오려니 입맛이 없서이. 그러니 집 안에 있는 사람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말고 잘해줘어”라고 하며 웃으셨다. 아직 바다 위로 깃발이 펄럭이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이마저도 바다의 파도에 넘기실 회장님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너무 고달프니깐 물질은 하지 마라
회장님의 어머님은 회장님께 물질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한다. 하지만 이날 해녀 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하고 싶어졌다. 손과 발을 누리는 즐거움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일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던 각자의 선택과 운명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각자 홀로 터득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파도를 넘겨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 믿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바다에 물들어 번지는 노을을 보게 됐다. 물질이 끝난 후 보는 하늘처럼, 끝에는 이런 빛으로 물들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해녀학교의 모두들 누군가의 말을 듣기엔 물을 너무 좋아했다. 고달파도 물질을 해야겠으니, 그래도 물에 들어가야 살겠으니 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삶을 물질하다 보면 저렇게 멋진 빛깔의 노을로 물이 들어 있을 것이다.
한수풀 해녀학교 유튜브 - 해녀회장님 편 / https://youtu.be/5 IlxGOzJ6 YQ
Richter : Dream Solo _ https://youtu.be/gp0 iYF8 gi5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