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친해지기

걸어오면서 다했어

by Liaollet

해녀 학교 수업 진행 전 사전 조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건 물과 친해지기가 가장 많았다 한다. 다들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었던 것이다. 땅에서는 발이 바닥에 닿지만 물속은 그렇지 않다.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이 클 수밖에 없고,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걸어오면서 다 했어

물에 처음 들어가는 수업날, 미리 도착해 들뜬 마음으로 해녀와 다이빙 체험 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교수님이 지도하고 계셨다. 터프한 몸짓과 말투, 멋진 수염이 인상적인 분이셨다. 설명이 끝나고 입수해야 할 차례가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물에 들어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물었다. 뭔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것 같은 마음이었을 테다.


해녀체험하는 사람들


"저희 준비운동 안 하나요?"

"아 그거 방금 걸어오면서 다했어!"


이미 다 했다니 어떻게 할 것인가? 다들 하나 둘 못 이기는 척 물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이 재밌어 멀리서 미소를 지었다. 곧 나의 이야기가 될 거면서 말이다. 뭐든 실전에 들어가기 전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민을 들이는지 되돌아봤다. 경험해 본 사람에게 그리 엄청난 게 아님에도 이제 물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 눈에는 물이 한없이 깊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바다가 나를 잡아먹진 않을까?'

'땅에 발이 안 닿으면 어쩌지?'


이런 두려움에 시도하기 겁나는 게 사실이다. 준비가 다 되고,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걱정할 게 없다. 그러나 불확실함은 있는 그대로를 직면하게 한다. 바다라는 존재를 만나 입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게 다시 바다를 뛰어들게 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건 들어가 본 사람들은 안다. 결국 물에 머리를 동동 띄우고 웃는 사람들 밖에 없다.


liaollet_white_water_color_drawing_of_women_walking_in_to_the_o_dd708e89-8d3e-42a5-a2d8-48c24171661d.png Enough already _ Liaollet


어쩌면 우린 각자의 삶과 친해지고 싶어 물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단 물에 들어가면 두려움에 움츠리기보단 어떻게 하면 물에 떠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이런 물과 친해질 수 있다면 우린 삶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걸어오면서 우린 이미 삶과 친해질 준비를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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