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누가 그린 그림이 되는 걸까?
미드저니를 사용하며 여러 그림들을 제작해 봤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손으로 그림을 그려왔고, 디자인을 배우며 포토샵, 일러스트,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법도 익혔다. 그러나 AI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것이었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테크닉적 장벽을 다 해결해 줬다. 한 문장이면 스타일도 카피하니 인생의 시간을 미드저니 구독료만으로 산 듯한 느낌이었다.
AI로 그림을 그려보고 느낀 점은, 결국 이마저도 연필이나, 붓과 같은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단, 좀 많이 좋은 툴이다. 그리고 AI 프로그램마다 개성도 있어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의 그림 느낌도 다르다.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면 프롬프트 내용이 거의 같을 거라는 걸 추측하기도 한다. 아주 약간의 디테일이나 포즈가 다르거나 색감이 다를 뿐
그렇다면 AI로 제작된 작품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방식의 창조이며 새로운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술의 영역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창작이 탄생한다. 새벽 내내 빠르고도 퀄리티 좋은 그림을 수십 장 만들며 문득 생각했다. AI가 그려준 그림을 다시 내가 그린다면 이것도 다른 창작이 되는 걸까? 이건 정말로 누구의 그림이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말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려본 나로서는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고 여긴다. 오히려 아이디어를 고심하며 고통받던 때보다 훨씬 좋다. AI는 이를 빠르게 해결해 준다. 더군다나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순간 기대감이 차오르고, 종종 예상보다 뛰어난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결과를 테크닉과 속도만 따진다면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몇 분이면 수십 장 쌓이는 그림들은 이상하게도 무게가 없었다. 스크린 속 한 장의 이미지일 뿐이었다. 종이의 질감, 붓이 지나간 흔적, 물감이 층층이 쌓인 텍스처 같은 요소가 결여되어 있었다. 실체가 없다는 게 아직 AI그림이 가진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린트해서 전시할 수도 있지만, 직접 손으로 그린 작품과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전시장에서 두 작품을 마주한다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짜의 의미는 기계나 효율만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마주한 진심과 작가와 연결된 경험은 작품에 감정을 잇는다. 재료의 성질을 알기 위한 연습, 다양한 시도와 실패가 겹겹이 쌓여 아우라를 만드는 것이다.
예술을 접하면 "이렇게 까지 사람이 할 수 있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는 것에 대한 감탄이 나온다. AI는 속도와 테크닉에서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마법에 걸린 붓과 같을 뿐, 고흐나 피카소 같은 창작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날씨를 어떻게 느끼냐 물었더니 몸이 없어 알지 못해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라 하는 AI가 대답한다. 그런 AI가 감성적인 그림을 그려준다. 웃기는 일이 아닌가? 같은 인간이 아니라 배제되는 공감의 부분들이 있다. 온전히 작품으로 받아들이기는 어색한 것이다.
그래서 '그린다'는 행위의 의미에만 국한된다면, AI 작품은 예술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창작이 이루어진다. AI의 결과물을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디렉팅 한다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과 함께 앞으로 AI를 활용한 작업을 하며 기록해 나가려 한다.
이 글을 시작으로,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그린 그림은 과연 누가 그린 그림이 되는 걸까?
/imagine prompt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목이 긴 기린 그린 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목이 안 긴 기린 그린
그림이다.
LIAOLLET
Naega geulin gilin geulim - eun mog - i gin gilin geulim - igo, nega geulin gilin geulim - eun mog - i an gin gilin geulim - ida
Midjourney --ar 9:16
2023
AI가 전부는 아니다. 이걸 가지고 놀아보는 것. 거기에 어떤 의미를 담는지가 작품을 결정한다고 본다. 꽤 마음에 드는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이다.
https://instagram.com/midjourney_creator_liaol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