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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ollet 리아올렛 Sep 01. 2023

AI 컨셉은 누가 정하는 걸까?

별빛의 노래

한동안 디자인 컨셉을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세상에 나와있는 디자인은 넘쳤다. 인공지능 AI를 활용하면 간단할 줄 알았지만, 뽑기 종이로 넘치는 상자 속을 헤집고 있었다. 컨셉은 디자인 작업의 핵심 주제를 말한다. 디자인 과정 전반에 걸쳐 방향성과 의도를 결정하는 데 기준점이 되기에 중요했다.


Chat GPT의 여러 답변에도 마음에 닿는 게 없었다. AI는 주제를 제시했지 원하는 걸 정해주지 않았다. 왜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사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꿈꿨던 유학생활과 원하던 명품 브랜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지만, 그들과 같은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정교하게 깎인 그 틀은 아름답지만 숨이 막혔고, 원석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었다. 꿈이라 생각했던 게 깨어져 현실이 되는 순간 이제껏 했던 모든 걸 잃었다 생각했다. 그래도 분명 주얼리를 하면서 즐거웠던 때는 가장 어두울 때였다.


밀라노의 밤하늘 오리온자리가 크고 밝았다.


밀라노에서 유학을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하던 시기였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자가격리 동안 난방이 잘 되지 않아 냉기가 가득했고, 벽에 붙어있는 라디에이터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에서 그림만 그렸다. 잠깐씩 높은 천장의 긴 창문으로 별들을 바라보며 숨을 돌리 곤했다. 한국보다 하늘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지붕 위로 약간 소복하게 쌓인 눈과 검은 밤은 작은 보석들만 보던 시야를 쉬게 해 줬다. 어느 날은 새해의 어두운 밤 멀리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살아있는 소리였다.


VanCleef&Arples 루비 목걸이와 시계 구아슈 작업중



밀라노 새해의 별빛 같던 폭죽


반짝이는 빛들이 검은 밤에 흩어져 사라졌다. 폭죽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추워 바들바들 떨며 그림을 그리다가 그 순간은 이상하게 따뜻하고, 아늑하며, 평온하고,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붉은 보석을 그리고 있어서인지, 불꽃이 그 빛과 닮아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격리 중에도 이 고요한 시간 속, 혼자라는 사실이 무한한 자유로 느껴졌다. 가장 어둡고, 춥고,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시기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시간을 담아보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별처럼 느껴졌던 순간을 말이다.  


컨셉은 별빛의 노래(Song of star light)라 지었다. 떠오르는 단어는 '빨간빛', '하얀 눈', '별의 노래'였고, AI 미드저니를 통해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물론 이대로 만들건 아니지만 주제를 결정해서인지 디자인 결과물을 빨리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빨간빛', '하얀 눈', '별빛의 노래' 프롬프트 레퍼런스 이미지_미드저니 제작


AI를 사용하면 디자인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원하는 이미지를 찾으려면 무수한 시도가 필요하다. 주얼리는 특히 약간의 두께 차이나 보석의 배열에서도 느낌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AI로 추출된 이미지는 예시에 불과하며, 실제 구조와 제작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시도로 뽑아낸 주얼리 디자인


떠오르는 대로 다양한 참조 이미지들을 만들어 냈다. 단순히 예쁘고, 착용했을 때 괜찮고, 선물로 하기 무난한 거 말고, 의미가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 길을 잃고 표류하는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진정 의미 있는 것을 찾고 싶다면, 끝끝내 그 빛을 잊지 않고 찾게 해 줄 의미를 가진 것으로 말이다.


사람은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고 편집하는 자이다. 프롬프트 명령어를 내리는 사람이 없다면 ChatGPT도 미드저니도 그대로 있을 뿐이다. 결과물이 퀄리티 좋고 수가 많아도, 중요한 메시지를 골라 선택하는 건 결국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경험과 감정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프로젝트를 하면서 떠올린 '비긴어게인' 영화 속 'Lost star' 노래


It's hunting season and the lamb are on the run

사냥철이 오고 양들은 도망가고 있어요.

Searching for meaning

삶의 의미를 찾아서

But are we all lost stars?

우린 길 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어둠을 밝히려 애쓰는


Lost stars _ Adam levine / Begin Again

https://youtu.be/8 XDI2 kk6 qQU? si=lgCiCTkyWfu0 LMyI


"When it’s dark, look for stars.”

어두울 땐 별빛을 찾아보라.

마주하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희망의 별은 언제나 있다고 믿고 싶다.  





https://instagram.com/midjourney_creator_liaol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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