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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09. 2020

[주역에세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영웅의 괘, 지택림

흔들리는 일상 속 영웅이 되자, 지택림(地澤臨) 괘를 마음에  품고 

주역의 19번째 괘, <지택림>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괘이다. 그래서 지택림 괘로 또 하나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괜찮아. 나에게는 아직 100달러가 있으니까.”


뉴욕 주 시골마을 우드스톡의 한 오두막. 스펙만 좋은 무직의 청년은 서랍 속에 넣어둔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보며 중얼거린다.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에게 영향을 미친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25세일 때의 장면이다.


조셉 캠벨은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파리대학과 뮌헨대학에서 중세 프랑스어와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였다. 미국과 유럽에 걸친 넓고도 기나긴 가방 끈(!)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유학을 마친 젊은 캠벨이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1929년.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악명 높은 경제대공황이었다. 그의 나이, 앞날이 창창해야 할 25세였는데 말이다!


미국을 강타한 경제대공황, 많은 청년들이 좌절과 방황 속에서 주저 앉았을 때 청년 캠벨은 의미 있는 쉼표를 찍기로 한다. 5년 간의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뉴욕 주의 우드스톡이라는 작은 시골마을로 들어가 오두막 생활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돈’에 대한 구속을 달리 생각해보고자 100달러짜리 지폐를 서랍에 넣고 불안한 마음을 다스린다.


"괜찮아. 나에게는 아직 100달러가 있으니까."


이렇게 5년 간 독서, 사색, 습작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그는 20세기 최고의 신화학자로 거듭나게 된다. 비교신화학자였던 그는 모든 신화의 영웅 이야기에서 비슷한 패턴을 발견한다. 그의 영웅여정(Hero's Journey)은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를 비롯하여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의 영웅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어떤 부름을 받고 시련을 겪게 된다. 시련을 겪는 과정 속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멘토를 만나기도 하고, 유혹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시련 속에서 그는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며, 보물을 발견하여 다시 일상의 세계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변모된 모습의 영웅'이 된 그는 그가 속한 세계에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일상을 선물한다. 대개의 영화 시나리오가 모두 이러한 영웅여정 패턴을 채택하고 있다. 아래는 영웅여정에 따른 디즈니의 <모아나> 스토리이다.



<주역>에도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변모의 과정을 보여주는 괘가 있으니 바로 <지택림> 괘이다. 다시 한번 지택림의 이미지를 그려보자. 위에는 땅이(곤괘), 아래에는 연못(태괘)이 있다. 지하이니 어둡고 축축한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그리고 '임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영웅이 임하고 때가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웅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범상한 기운을 가지고 낮은 곳으로 임한다. 땅을 뚫고 낮은 곳로 임하여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변모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서 그가 속한 세계에 업그레이드 된 일상을 선물할 수 있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마굿간이 그러하고,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이 그러하고, 조셉 캠벨의 오두막이 그러하다. 땅 밑에 있는 연못에서 보물을 찾는 영웅을 생각해보자. 영웅은 일상에서 부름을 받는다. 


지금은 코로나로 모두의 일상이 뒤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름 속에서 땅을 파고 자기 만의 연못을 파자. 랜선육아가 되었건 랜선여행이 되었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 과정 속에서 변모의 여지,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다. 그 연못은 지혜의 샘물이 되어 다시금 땅 위로 솟아 새로운 일상을 선물할 것이다. 전세계의 일상이 흔들리는 지금 모두에게 지택림의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은 모두를 부순다/ 그리고 그 다음/ 많은 사람들은 부서진 바로 그 자리에서 강해진다 -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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