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잘 푸는 법
우리 부부가 다툴 땐 암묵적으로 먼저 사과하기라는 룰이 있다. 이 룰만 잘 지키면 웬만한 갈등은 다 풀린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고 억울하기까지 해서 내 의지와 반한다고 느껴져도 일단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 순간 감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 내가 사과하면 남편도 이내 미안하다고 말한다.
난 원래 사과를 곧잘 하는 편이었다. 사과하고 갈등을 빨리 풀어버리는 게 속이 편해서였다. 물론 항상 쉬운 건 아니었다. 내가 확실히 잘못한 게 아니라고 느껴지면 때때로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나를 바뀌게 만든 건 묘하게 납득된 남편의 말이었다. 싸우면 먼저 미안해라고 말해달라고. 자신은 그 말을 들으면 모든 게 풀린다고 했다.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됐다. 내가 잘못한 게 없을 때에도 일단 미안하다고 말해달라고? 내가 왜 그렇게까지 양보하고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단순히 미안하다는 이 말로 나도 상대도 마음이 풀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해보자는 말로 나를 낮췄다.
효과는 있었다. 서로가 달라도 너무 달라 처음엔 매일 싸우다시피 했던 우리 부부가 부딪힐 일은 점점 줄었다. 어느새 서로를 닮아가고 이해하게 됐던 거다.
그랗게 한동안 평화가 찾아오는가 싶더니 육아를 시작하게 된 우리 부부는 종종 크게 싸웠다. 서러움과 힘듦이 폭발하면 미안하다는 말이 쉽사리 안 나왔다. 화나고 열받고 쌓인 감정부터 해소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상대가 정말 힘들어하는 행동을 하거나 도를 넘어섰다. 먼저 사과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어려웠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다음에야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내가 바뀌는 만큼 상대도 바뀐다는 걸 육아 중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 먼저 사과하는 룰을 지키는 건 손해 보는 거 같아도 여전히 유익이 된다. 먼저 사과해도 화해에 이르지 못하는 관계들도 있는데 이로써 부부가 더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