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주는 아기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실 어렸을 때 방영한 거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프로그램 제목만 떠오르는 걸 보면 그 말 자체가 인상이 깊었나 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좋게 들리긴 했지만 정말 웃으면 복이 온다고 믿었던 건 아니다. 사람이 늘 웃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는 말도 있는데 내 표정은 너무 솔직했다. 힘든데 어떻게 웃어! 라는 내 생각을 대변하는 듯.
육아하면서 웃는 순간도 많지만 힘들고 지칠 때 뒤돌아선 웃음기를 지웠다. 물론 아기 앞에선 거의 무조건적으로 미소를 장착한 모습이었지만 홀로 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선 정색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마음속 쌓인 힘듦을 꾹꾹 참다가 종종 터지기도 잘 터졌다.
육아동지인 남편도 힘듦은 마찬가지. 아기 앞에서는 웃지만 서로에겐 표정으로 힘듦을 표출하다 보니 갈등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그로 인한 전쟁은 꽤나 강력했고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연말을 앞두고 일이 쉼 없이 바빴다. 재택근무 중이었지만 오전부터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일로 피폐해진 스스로를 보며 평소처럼 표정부터 굳어지던 중 갑자기 웃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하게나마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지어봤다. 그리고는 처리해야 할 일들도 게임하듯 이기기 위해 휘몰아치듯 움직여봤는데 괜찮았다. 울상대신 웃상을 택해서인지 남은 하루는 기적처럼 움직였다. 지금 이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라고 여기니 모든 게 드라마같이 느껴졌다.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이 조금은 믿어지고 있나 보다. 사실 복은 이미 왔다. 내 딸은 늘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 그 모습이 나를 조금씩 변화의 길로 인도하고 있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