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다사자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걸까?
샌프란시스코에서 꼭 가야할 관광지 중 하나는 '피셔맨즈 와프(Fisherman's Wharf)'다. 해산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신나는 거리공연도 볼 수 있어 걷는 것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피셔맨즈 와프는 말 그대로 '어부의 부두'라는 의미로 1800년대 중반 골드러쉬의 붐이 일어나 이탈리아 어부들이 이민왔었는데 이들이 여기서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겼다. 1970~1980년도에 피셔맨즈 와프 지역이 관광장소로 개발되어 많은 어부들이 이사갔지만 몇몇은 여기에 남아서 거주중이다.
피셔맨즈 와프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피어 39(Pier 39)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39번째 교각 이라는 의미인데 샌프란시스코의 페리빌딩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는 홀수번째 교각, 동남쪽으로는 짝수번째 교각이 있다.
피어 39에는 기라델리 초콜릿 매장을 포함하여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며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던져니스 크랩'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허나 뭐니뭐니해도 피어 39 끝자락에 위치한 바다사자 DOCK이 가장 핫스팟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바다사자를 보러 피어 39를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다사자는 정말 사랑스럽다. 바다사자 특유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며 일광욕을 즐기며 평온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따뜻한 햇살아래 아무걱정 없이 누워있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 필자가 찍은 사진을 보면 바다사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6~7월에는 바다사자가 번식을 위해 남쪽에 위치한 채널 섬(Channel Islands)로 이동한다. 필자는 6월 중순에 피어 39를 방문했다.
그런데 왜 바다사자는 여기에 있는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뜬금없이 바다사자가 도심근처에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바다사자의 서식지는 바위나 물 속인데 시내의 dock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바다사자를 본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1989년으로 가보자. 1989년 10월 샌프란시스코 교외 로마 프리에타(Loma Prieta)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일어났다. 사망자가 63명에 이르는 대규모의 지진이었는데 이 지진을 계기로 바다사자가 피어 39에 출몰하기 시작했다.(로마 프리에타 지진은 10월 17일에 일어났는데 그 전달인 9월부터 바다사자가 피어 39 dock에 출몰했다는 설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KKLEomOpmY&t=187s
<1990년에 PIER 39에 바다사자가 등장했다는 첫 보도자료_By Good Morning America>
전문가들이 피어 39 dock에 바다사자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분석해보니,
1. 샌프란시스코 베이근처에는 바다사자가 좋아하는 먹이들이 많았고 천적인 백상어와 범고래가 출몰하지 않았다.
2. 피어 39 dock은 충분히 넓었으며 바위 위에 있는거보다 폭풍우에 보호를 받기 좋다.
3. 피어 39 dock에서는 파도속에서도 잠을 자기 편하다.
위와 같은 장점으로 dock위로 몰리게 되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내릴 수 있는 배다리로 쓰인 장소에 갑자기 바다사자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당황했고 점점 숫자가 늘어나니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Marine Mammal Center라는 동물보호단체와 피어 39의 어부들이 상의한 결과, 바다사자가 출몰하는 피어 39 dock은 바다사자가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어부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옆쪽 dock으로 부두 시설들을 이동시켰고 바다사자는 점점 더 많이 출몰하며 dock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2009년 11월 부터 12월 까지 1,701마리 이상의 바다사자가 Pier 39 dock에서 거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부들이 양보해준 결과 바다사자는 PIER 39의 명물이 되었고 더 많은 관광객과 사람들이 모이며 유명세를 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지만 동물에 대한 보호의식과 상생의식은 훗날 지역 사회의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었으니 서로 윈윈 한 셈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