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니스 크랩은 지역경제에 어떻게 기여할까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여러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미국 서부의 명물 '인앤아웃'버거부터 빵과 함께 먹는 고소한 '클램 차우더', 세계 3대 초콜릿 '기라델리 초콜릿' 등 여러 먹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던지니스 크랩(Dungeness Crab)'이다. 던지니스 크랩을 먹기 위해 Pier 39를 찾았고 그중 유명한 맛집이라는 크랩 하우스(Crab House)를 방문했다.
던지니스 크랩은 살이 부드럽고 단 맛이 나는게 특징이다. 일반적인 요리법은 던지니스 크랩을 삶고 마늘, 파 등을 첨가하여 완성한다. 게 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크리미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 순간 줄어있는 양이 보일 것이다.
던지니스 크랩. 이름이 독특한데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1880년대 미국 워싱턴 주의 '던지니스' 지방에서 낚시하다 잡힌 게를 '던지니스 지방의 게' 줄임말로 '던지니스 크랩'이라고 명명했다. 워싱턴 주뿐만 아니라 오라곤 주,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많이 잡히고 특유의 맛 때문에 미국에서 빠르게 유명해졌다. 수확시기는 12월부터 6월까지며 이때 대부분의 던지니스 크랩이 잡힌다. pot이라는 트랩에 청어, 오징어, 조개 등을 넣어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 던지니스 크랩을 유인시킨 다음 pot을 끌어올려서 잡는다.
던지니스 크랩을 잡는 어부들의 노동강도는 강하고 위험한 편이다. 던지니스 크랩 어부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310명인데 미국의 평균적인 어부들의 사망률이 10만 명 당 124명이다. 평균 어부에 비해 사망률이 약 2.5배 높은 편이다. (미국 평균 노동자의 사망률은 10만 명 당 4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한번 배가 출항하면 10일 동안 배 위에 있어야 하며 자고 먹는 시간 빼고 18시간 정도 일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업 시즌 때 어부들은 60,000달러에서 80,000달러(68,000천원~90,000천원)의 수입을 거두고 많이 버는 어부는 100,000달러까지(1억 1천만원) 번다고 하니 High Risk-High Return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던지니스 크랩은 워싱턴, 오라곤, 캘리포니아의 어업 산업에서 큰 부가가치 내는 품종이다. 캘리포니아 주 기준, 2017년 연간 잡힌 던져니스 크랩은 총 12,881천 파운드이며 47,054천달러의 가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라곤 주 전체로 보면 연간 약 50,000천 파운드와 약 1억 6천달러치의 시장가치를 냈다.
※ 데이터 출처) CDWF, ODWF, WDWF
던지니스 크랩 생산량은 해당 주의 감독하에 개체수 보호를 실시(최소 크기 이상만 잡아야 하고, 암컷은 잡지 않고, 정해진 시즌에만 잡아야 한다는 등)하여 포획량이 일정하지 않아 가격의 변동이 심한 편이다.
※ 15년 생산량 급감의 원인은 캘리포니아 산 던지니스 크랩에서 도모산(domoic acid)이 적정치 이상으로 발견되면서 캘리포니아 보건 당국이 어획과 판매를 금지시켰다.
던지니스 크랩은 캘리포니아 수산물 산업 중에 약 1/4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오징어 다음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품종이다. 갑각류 중에는 1등이고 랍스타 보다도 우위에 있다. 던지니스 크랩은 West Coast 지역의 고용과 소득 창출에 일조하고 레스토랑, 유통 상점 등으로 퍼지며 지역 내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자 생물이라 할 수 있다.
던지니스 크랩은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특히 중국에서도 던지니스 크랩을 즐겨먹는다. 중국에서는 크랩을 삶아서 먹기보다 팬에 볶아서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 인기 있다.
중국 수요의 증가로 수출이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올해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고 중국이 18년 7월 6일 부로 미국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25%를 부과했다. 이 수입산 품목에 '던지니스 크랩'도 포함되었다. 가격이 비싸진 던지니스 크랩은 수입이 급감하였고 수입 가격도 올랐다. 중국은 미국산 던지니스 크랩 대신 캐나다산 던지니스 크랩을 수입하려 하는데 물량이 부족해 중국 내에서 던지니스 크랩 가격이 크게 올랐다.
※ 워싱턴 주 중국향 수출 추이 (자료출처 USA trade online)
이렇게 몸값이 점점 올라가고 귀해지는 던지니스 크랩을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면 비교적 싸게 맛볼 수 있다. 피어39 근처에 가면 던지니스 크랩 레스토랑이 여럿 있으니 지역사회 어업에 기여하는 효자 생물인 던지니스 크랩을 꼭 한번 먹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