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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creat Dec 11. 2018

데이터로 알아본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보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삶은 우리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00'도시에서 한 달 살아보기가 요즘 여행 트렌드라고 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모회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여행객들은 그 도시에 오래 머무르면서 '현지인'처럼 생활하고 여가도 즐기며 살아보는 체험을 한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현지 사람들을 쭉 관찰했다. 이들은 주말이 되면 금문교가 보이는 멋진 피크닉 장소에서 가족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고 자전거 복장을 갖추고 라이딩을 즐기거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친구들과 배구를 즐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파란 하늘 아래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도 하고 조깅도 했고 친구, 연인, 가족들과 맥주를 마시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주말의 샌프란시스코 모습

이게 바로 캘리포니아 바이브 구나! 라며 감탄하던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멋진 날씨 속에서 살면 참 행복하겠다. 그런데 진짜 여기서 살게 된다면 무슨 느낌일까? 겉으로 보는 모습과 다르게 실제로 평생을 사는 것은 어떨까?'


궁금증 해소를 위해 통계 데이터를 찾아보며 샌프란시스코의 삶의 모습을 추측해보기로 했다. 


먼저 소득 측면이다.

2017년 기준, 1인당 평균 소득은 59,508달러(6,500만 원)이다. 샌프란시스코 가구(household) 당 중앙값(median) 소득은 96,265달러이다.(약 1억 1천만 원)

(출처 : census bureau) 

※ 가구당 중앙값 소득은 샌프란시스코의 358,772 가구수의 소득을 가장 낮은 가구부터 가장 높은 가구까지 순차적으로 늘여놓은 뒤 가장 중간이 되는 값을 나타낸다.


2017년 기준, 서울시 가구 당 중앙값 소득은 월 400~500만 원이다. 이를 단순하게 월 450만 원으로 보고 12달을 곱하면 대략적으로 5,4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출처 : 한 눈에 보는 서울 2017, 서울특별시)


평균 소득과 가구 당 소득이 서울보다 훨씬 높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돈을 많이 벌까?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직업군 별 종사자 수와 중앙값 임금에 대한 자료이다.

출처 : Census bureau, bureau of Labor. 2017년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16세 이상 근로자수는 504,914명이고 이 중 55%인 277,860명이 관리직, 금융업, IT 엔지니어, 의료, 문화예술 직종에 종사한다. 즉, 샌프란시스코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들이 많은 편이고 이에 따라 임금도 높은 편이다. 중앙값 연봉이 119,610달러 수준이니 (약 1억 3천만 원) 과반수가 넘는 이들이 샌프란시스코의 가구 당 소득과 평균 소득을 높이는 셈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만큼 써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지 않는가. 지출 측면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부동산 값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2017년 기준, 집 소유자의 부동산 가격 중앙값은 927,400달러이다(약 10억 원).

※ 18년 1월, 서울의 아파트 중앙값은 약 7억 원 수준이다. 출처(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2017년 기준, 884,363명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인구밀도가 1 제곱 마일당 약 18,816명이다(우리나라 서울은 2017년 기준,  1 제곱 마일당 26,932명이다). 서울만큼 조밀하지 않지만 고소득 직장인들이 많고 인구밀도도 높은 편이니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집을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모기지 비용의 중앙값은 3,332달러(약 400만 원)이고 렌트를 한다고 가정할 때 렌트비는 1,709달러(약 190만 원)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산층 가구는 렌트를 할 시 소득의 21% 정도를 지출하는 셈이고 구매를 했다면 42% 정도를 지출하는 셈이다.

가구 소득이 연 50,000달러 미만인 곳은 주거비가 소득에 30% 이상 차지한다는 답변이 74%나 나왔다.

(출처 : census bureau)


주거비만 해도 이렇게 부담되는데 의식주 중 겨우 '주'가 해결된 것이다. 아직 먹는 것과 입는 것, 교통비, 여가활동(영화 시청, 친구와의 만남, 스포츠 관람 등), 차량 유지비, 외식 등등 여러 군데 지출할 곳이 많다.

샌프란시스코 4인 가구 평균 월 지출. 출처 NUMBEO


여기에 세금, 자녀 교육비와 개인연금 등의 노후준비, 갑작스러운 병원비 등을 더하면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앞서 가구 당 소득 중앙값에 단순 12달을 나누었을 때 8,022달러가 나오는데 주거비와 생활비를 빼면 남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저축도 해야 하지 않나. 


위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내가 일하는 직종과 소득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것은 좋은 삶인지 아니면 힘든 삶인지가 판단될 것 같다. 고임금 직장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근속연수'도 고려해봐야 할 점이다. 이곳은 평생직장 개념보다는 자신이 계속해서 커리어를 만들어가야 하는 냉혹한 곳이다.



데이터를 쭉 봤을 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삶은, 서울보다 각박할 것 같고 살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도 샌프란시스코에는 인구가 증가하고 이방인(아시아, 히스패닉)의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보려는 젊은이들이 모인 게 아닐까? 샌프란시스코는 중앙값 연령이 38.3세인 젊은 도시다. 또한 실제로 고소득층 직업군의 숫자와 비율이 2000년에 비해 늘어났으며 샌프란시스코는 에어비앤비, 우버, 트위터, 세일즈포스 등 세계적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 낸 곳이다. 이곳은 기회의 땅에서 도전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모인 장소였다.


※ Management, business, and financial occupation 숫자 및 비중)
2000년 206,804명(48%) → 2017년 277,860명(55%)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기업들


최근에는 Bird, Lime이라는 E-scooter 공유기업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E-scooter를 전파 중이다. 계속해서 혁신기업이 등장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꿈 많고 희망 많은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기업들


또한 이방인이 유입된다는 것은 도시 자체가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는 의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양성 수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가 LGBT다. LGBT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용어로 샌프란시스코는 성소수자의 성지이다. 1977년에 미국 최초로 성소수자인 하비 밀크가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 당선되었고 트위터는 #LOVEISLOVE 라는 해시태그 조형물을 사내에 비치하며 트위터에 근무하는 성소수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존중한다는 포용성을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다양성을 수용하기 때문에 Cost of Living이 높더라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특정 도시에 산다는 건 단순히 '데이터'로만 판단할 수 없다. 이곳에 오면 자신의 관심분야와 맞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고 내 꿈을 실현시킬 공간과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다는 건 '숫자'이외의 것들이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의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앞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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