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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creat Jan 20. 2019

샌프란시스코 노숙자(홈리스) 문제와 해결책들

노숙자들의 자립은 가능할까?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지만 홈리스 문제가 오랫동안 대두된 곳이다. 필자도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지하철역과 길거리에서 (특히 텐더로인 지역) 많은 노숙자들을 마주쳤고 특정 노숙자들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여행하는 동안 신경이 쓰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는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이며 왜 이들은 노숙자가 되었을까?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수는 2017년 기준 약 7000천명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체 인구는 약 88만명이며 전체 인구의 약 0.8%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1%도 안 되는 노숙자인데 다른 지역이 더 심각한 거 아니냐 샌프란시스코는 무난한 수준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숙자를 보유한 뉴욕과 한번 비교해보았다.

2017년 기준. 출처 The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뉴욕시가 가장 많은 노숙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수 대비 노숙자 수를 따질 때 샌프란시스코는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를 나타낸다. 오히려 뉴욕시 보다 문제인 것은 unsheltered수치다. unsheltered 란 별도의 보호시설에 있지 않고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뉴욕시는 5%이고 미국 평균은 35%인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58%로 높다. 

샌프란시스코는 거리에서 숙식하시는 노숙자들이 많다 보니 각종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1.길거리가 더럽다

노숙자 관련 주된 민원 중에 하나는 길거리에 있는 노숙자의 대변(feces)을 치워달라는 것이다. 특히 텐더로인 지역(샌프란시스코에서 노숙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서 신고건수가 빈번하며 311이라는 전화로(우리나라로 치면 120 서울 다산콜센터) 일평균 65건의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실로 충격적이지 않는가. 대변을 아무렇게나 보는 노숙자가 어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도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소변 자국 봤고 소변 냄새 등의 악취가 나서 곤욕을 겪었었다.(대변까지는 보지 못해 다행이다)


이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에도 이슈였다. 2018년 6월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런던 브리드는(London Breed) 깨끗한 거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선 후 Public Work(환경미화부서)에 72.5백만달러(약 800억원)를 예산을 확보해 거리 청결 유지에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이중 12백만달러는(약 135억원)은 노숙자의 야영장을 청소하는데 쓰이기로 했다. 

환경미화 공무원은 노숙자들 대소변 치우는데 바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Poop Patrol(변 치우기 순찰관)이라는 것도 출범시켜 830천달러(약 9억원)의 예산을 사용하여 동물 및 노숙자의 대변을 청소하는 담당자를 신설했다. Poop Patrol은 1년에 71,760달러(약 8천만원)의 임금을 받고 퇴직 연금 및 의료 보험 등의 혜택을 준다. 위 혜택을 포함하면 1년에 184,000달러(약 2억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가구당 소득이 약 96,600달러인(약 1억 1천만원)데 Poop Patrol은 2배를 받는 것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비용 투자인 것 같지만 샌프란시스코 시의 해결 의지를 보여준다.


2. 불필요하게 경찰 인력이 낭비된다

홈리스들은 ATM기기 주변 배회, 싸움, 사유지 무단 침입, 공격적 행위, 소변 대변 배설, 무단으로 술 소비 등의 행위로 경찰에 신고되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필요한 범죄현장에 즉시 대응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3. 시 예산이 많이 든다

출처: sfgov.org. 16년 7월부터 17년 6월까지의 예산.

위 자료에 따르면 홈리스 지원에 직접적으로 지출된 예산은 약 1억 4천만달러이며 home supportive service 예산까지 포함하면 약 3억 3천만달러(약 3700억원)이다. 홈리스 지원에는 CalFresh(무료로 코인을 받고 이 코인으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수 있음)나 무료 급식소 같은 먹거리 지원에서부터 보호소 지원, 주거 지원, 병원 지원, 약물 중독 관리 센터 지원 등이 있다. 


시 전체 예산이 약 90억달러 수준인데 약 4%가 홈리스 지원에 쓰이고 있다. 전체 예산 대비로 보면 홈리스 지원 예산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앞서 본 도표를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홈리스는 전체 인구의 0.8%에 해당될 뿐이다. 


약 7000명인 홈리스에게 들어가는 1인당 지원 예산은 약 47,143달러(5300만원)이며 위 수준은 healthcare Support Occupations(병원이나 약국 등에서 보조 업무를 맡은 직군)의 평균 연봉 수준이다.

(2017년 5월 기준, 47,050달러. 출처 Bureau of Labor Statistics)


위 예산은 2014-2015, 2015-2016 대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앞서 London Breed 신임 시장이 도시 청결에 힘쓰겠다고 하니 홈리스 관련 예산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샌프란 시스코 예산은 시민들이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에게 내는 소득세와 샌프란시스코 시에게 내는 재산세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차비, 교통비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돈도 포함된다. 이처럼 홈리스 예산이 늘어날수록 결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세금 및 수수료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재정 수입원. 출처: sfgov.org

2018년 미국 내에서 살기 좋은 도시 20위로 선정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살아 보고 싶은 도시로 손꼽는 샌프란시스코에 왜 홈리스가 발생한 것일까?


샌프란시스코의 The Department of Homelessness and Supportive Housing에서 홈리스들을 상대로 '당신이 왜 홈리스가 되었는지?'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는

출처 The Department of Homelessness and Supportive Housing

1. 실업

2.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3. 집 렌트비 못 내서 내쫒김

4.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쫒김

5. 이혼 등으로 인한 내쫒김


역시나 살인적인 집값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들은 처음부터 홈리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급등하는 집값과 실업으로 인한 cash flow의 중단은 이들을 홈리스로 만들어 버렸다. (실업과 집값 이외에도 알코올 중독, 개인사 등도 원인이 되었지만 주된 원인은 경제적 문제였다.)

응답자의 76%가 홈리스가 되기 전에 집에 거주하던 사람들이다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는 음식 지원, 보호소 지원, 헬스캐어 지원, 약물 중독 센터 지원 등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홈리스를 서포팅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법은 홈리스가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빅이슈 프로젝트처럼 말이다.


※ 빅이슈:1991년 영국에서 발간한 스트리트 잡지로 판매대금의 절반 이상이 홈리스 출신 판매사원에게 돌아가서 이들의 자립을 돕는다.

허나 홈리스들이 '일을 할 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The Department of Homelessness and Supportive Housing

위 표를 보면 17년 기준, 일을 하기 싫다는 사람이 13%이다. 일할 의지가 없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숙자가 늘 수록 홈리스는 만성적으로 되며 숫자가 줄지 않을 것이다. 


위 문제 속에서 샌프란시스코는 홈리스 문제를 해결한 도시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바로 미국의 유타와 유럽의 핀란드이다. 2개의 도시는 공통적으로 내건 슬로건이 있다. 

HOUSING FIRST!

홈리스에게 먹을 것도 주고 일자리도 구해주고 임시로 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하고 다 좋다 이거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결국 계속 살 수 있는 집이며 집부터 제공하자고 정책을 펼쳤다. 물론 집을 제공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는 거리의 홈리스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고 유타는 10년간의 위 정책을 통해  만성적 홈리스를 91프로나 줄였다. 


영국의 버밍엄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버밍엄 시는 노숙자 위험군을 설정하여(보호자를 잃은 청소년, 정신건강 위험자, 가정폭력 시달린 자, 알코올 남용자 등)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거리에 나오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London Breed 신임 시장이 homeless tracking system을 도입하려 한다. 현재 노숙자와 노숙자 위험군을 추적하여 이들의 건강상태, 거주지, 범법행위 등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이들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2018년 11월 7일 주민투표 결과 'head tax'법안이 통과되어 추가 세금을 노숙자 약물 치료, 보호소 확충, 노숙 예방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head tax'법안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매출 5000만달러 이상 기록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연간 최대 3억달러의 세금을 걷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노력들이 효과를 발휘해 홈리스를 줄이고 더욱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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