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베네치아 르네상스 화가 죠반니 벨리니
내가 베네치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꼽자면 단연 죠반니 벨리니의 산 자카리아 성당 제단화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그림을 처음 본 게 2017년 4월이었다. 베네치아의 성당의 제단화들 (Altarpiece)은 거장들이 그린 그림들이 워낙 많아 성당 자체가 하나의 미술관급인 곳이 많다. 다른 유럽 대도시의 조금 유명한 유물이나 미술품이 있으면 티켓을 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많지만 베네치아에는 정말 이탈리아 표현에 있듯이 두 발짝만 가도 성당이 나오고 거기에 대단한 거장들의 그림들이 있지만 무료로 개방된 곳들이 정말 많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산 마르코 성당 근처인 산 자카리아 (San Zaccaria) 성당이다.
https://maps.app.goo.gl/E5CB3oVoPEGveQB47
구글 맵에서 San Zaccaria 성당을 검색하면 안타깝게도 성당위치가 아니라 그 근처인 바포레토(수상버스) 정류장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링크를 첨부하였다.
아마 거의 모든 베네치아 방문객들의 목적지인 산 마르코 바실리카와 광장 뒤편으로 한 5분 정도만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산 자카리아 성당은 베네치아에서도 흔치 않은 전면이 대리석으로 마감이 된 성당이다.
새 하얀 파사드가 베네치아의 새하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눈부시게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성당이다.
우선 가톨릭 성당들은 대부분 성인들의 이름에서 온다. 산 자카리아, 즉 성 자카리아도 아주 유명한 성인이다. 바로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다. 대부분 성인의 유해나 관련 에피소드가 있는 성당들이 그 성인에게 봉헌하기 위해 이름이 진다. 마찬가지로 성 자카리아의 유해가 9세기 베네치아의 도제(총독)에게 바쳐져 총독의 집무실 겸 거주지인 팔라쪼 두칼레 근처에 모셔지게 되었던 게 되었던 게 이 성당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다른 성인들의 유해가 베네치아로 모이게 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베네치아 인들은 지중해 인근의 성인 유해의 전문 콜렉터들이다. 산 마르코부터 시작해서 할 말이 끝이 없으니 천천히 풀어나갈 계획이다.
그림은 성당입구로 들어가면 왼편에 있다. 다른 그림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잘 찾아야 하지만 또한 워낙 눈에 잘 띄는 그림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냥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크고 색채가 너무 아름답다.
그림 속 인물들을 가장 가운데 아기 예수를 무릎 위에 두고 있는 성모 마리아 그 아래에는 4명의 성인과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가 있다. 매우 전형적인 제단화의 문법이니 베네치아의 다른 성화들을 보면 이런 구도를 아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성인들은 왼쪽에서부터 베드로,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 루치아, 제롬이다. 성인들은 저마다 고유한 상징들을 가지고 있다. 아마 과거 문맹들이 많았던 시절 지위가 낮은 사람들도 이름을 읽지 않아도 단번에 어떤 성인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형적인 상징들로 이름을 대신하였다. 그래서 성화들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같은 성인이 같은 자세나 같은 물건을 들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볼 수 있을 것이고 어디 가서도 그림만 보고 어떤 성인인지 쉽게 찾는 재미도 있다.
잠시 저 그림에 있는 몇몇 성인들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이야기하자면 너무 유명 예수의 제자면서 초대 교황이었던 베드로는 항상 한 손에 열쇠를 쥐고 있다. 바로 천국으로 가는 문의 열쇠인데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죽으면 제일 먼저 보는 성인이 바로 베드로로 알려져 있다. 베드로가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주면 천국으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행인 것이다. 마치 우리로 치면 염라대왕 같은 역할을 하는 성인이다. 역시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저승에서 심판을 받고 천국행, 지옥행을 결정지는 존재가 있다는 원형은 마찬가지다. 유럽 여행을 가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의 석상, 동상, 그림을 보면 이젠 그게 베드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산타 루치아는 이야기가 성인 자체뿐 아니라 그녀의 유해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재밌어서 따로 블로그에 올릴 계획이다. 일단 가장 특징은 손에 접시나 유리병을 들고 있다. 너무 잔혹해서 자주 생략되지만 종종 그 접시 위나 유리병 안에 사람의 눈알 2개가 함께 그려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가 순교할 당시 눈알이 파이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이 파이고도 그 자리에 바로 새로운 눈이 생겨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녀는 빛의 상징이 되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루치아(Lucia)는 빛을 뜻하는 라틴어 Lux에서 왔다. 그녀가 빛을 보는 눈을 잃었다가 다시 얻은 것도 관련이 있고 그녀의 축일 역시 동지 근처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고 그날 이후 점점 낮(빛)이 길어지는 시기이다. 모든 게 다 끼워 맞춰진다.
이런저런 배경 이야기를 하느라 그림과 작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엔 글이 너무 길어졌다.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다음 편에 이어서 풀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