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덤에 찾아온 유일한 위로와 사랑의 꽃
피아노와 현악기의 선율이 마치 추모를 향해 가는 듯하는 이 곡이 주는 이야기가 있다.
첫 도입부부터 '도망 나오고 싶죠 나만 없는 곳으로 나는 어째서 나인 걸까' 부터 엄청 공감이 되었다. 나의 고등학교 생활 그 자체였다. 계단을 타고 교실에 들어가서 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친구들은 괜찮았으니 그냥 나를 제외시키고 싶었다. 학교를 벗어나 집에 와서도 나는 편안하지 않았고 나를 달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집에서도 지치고 피곤했다.
' 지칠 땐 날 향해 쓰러지세요 얼마든 함께 아플게요'/ '자신에게 늘 다정하지 못한 너를 대신 내가 사랑해줄게요' 라는 가사가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았다. 언제나 이 고통을 수용받지 못했는데 이 노래가 다 알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조차도 버린 그때의 나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는 듯한 이 노래가 너무 감동적이였다.
'옷깃을 억지로 여미지 말아요, 쌀쌀한 세상에 모닥불을 피울게'라는 가사가 너무나 따뜻했다. 너무 추워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서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듯 살아온 나는 그 연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 연기까지 버리면 많은 비난이 나를 쫓아왔고 내가 더 무너질까봐 고통을 외치는, 도와달라고 외치는 목소리까지 다 내려놓고 숨어버린 나에게 억지로 연기하지 말라고 억지로 가면 쓰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나의 짐을 덜어주는 가사인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온기를 전해주는 가사이기도 하다.
1년은 고통이 쏟아지는 폭풍 그 자체였고 또 다른 1년은 그 폭풍을 억지로 잠재우고 인격과 감정을 포함한 모든 것들의 붕괴였고 마지막 1년은 모든 고통과 붕괴된 잔재들을 숨긴 공허한 웃음이였다. 이 3년의 시간이 이 노래를 들으며 스쳐지나가고 이 곡의 가사들이 그 3년을 위로하고 알아주는 것 같았다.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며 깨달은 건 이 고통들이 졸업을 했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내 마음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고 이미 너무나 쌓인 고통들을 지울 수 없지만 이 노래가 다 알아준 것 같아서 이 노래로 인해 흘린 눈물들이 나를 좀 후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내가 이 노래에서 정말 좋아하는 가사는 마지막 가사이다.- '봄기운 돌고 포근해진 네 손 위로 한 아름 꽃 놓여 있을 거야 그 꽃말은 우리를 사랑해'
내 마음 속에는 작년부터 생긴 무덤이 있다. 그 무덤에는 감정을 표현하던, 생각을 표현하던 내가 죽어있고 눈치 보고 인격이 박탈당해버린 나만 살아남아 있다. 그 무덤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이 가사가 나의 무덤에 위로라는 꽃을 올려놓고 간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졌다.
나를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수많은 시간과 고통을 알아준 지코의 가사와 그 가사들 위에 위로를 더해주는 감성적인 지코의 프로듀싱과 가사 하나하나를 마음에 울려퍼지게 전달해준 제휘의 보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