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 자리가 없을 때 그 자리가 되어준 음악
이 빈차라는 곡은 언제나 나와 함께해 왔고 함께하고 함께할 음악이다. 나는 이 노래를 매일 듣는다. 또 내가 덫에 걸려, 감옥에 있는 것 같을 때, 그리고 언제나 정체된 삶인 것 같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찾는 음악이다. 나의 인생가 이기도 하고 고통 속에서 이 음악과 함께면 조금은 그 고통이 완화된다.
제목 자체가 너무 일상적이고 또 너무 인생과 같지 않은가. 언제나 지치고 피곤하고 무너질 것 같은데 항상 끝나지 않고 지속되고 영원할 것만 같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쉴 곳은 없는 인생이 마치 밤에 집으로 돌아갈 빈차가 없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서정적인 피아노가 흐르고 드럼과 함께 등장한 오혁의 목소리는 마치 바람과 같다.
'갈 길이 먼데, 빈차가 없네, 비가 올 것 같은데'...- 정말 힘 없는 삶 그 자체인 것 같다. 아직 걸어온 시간보다 더 많은 것 같은 앞으로의 시간, 하지만 도망칠 곳도, 갈 곳도 없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지만 삶이 여기서 더 이상 흘러가지 않는 것 같은 무의미한 삶
'처진 어깨엔 오늘의 무게 잠시 내려놓고 싶어'- 힘들어서 쉬고 싶고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는 시간, 모든 걸 내려 놓고 이 지쳐버린 삶을 단 하루도 더 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는 마음이 이 한 줄 가사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언제나 지친 마음을 이끌고 살아왔는데 모든 것이 다 떠난 것 같고 오직 하나만 남은 말 같은 '달라진 게 없네'라는 구절을 들고 등장한 타블로의 이야기
' 홀로 남은 놀이터에서 그 높은 턱걸이에 오른 뒤 여태 까치발 인생, 내게 요구되는 건 늘 높게 뻗은 두 손보다 조금 위'-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요약한 글 같지 않은가. 언제나 우리가 목표하던 건, 아님 우리가 추구하도록 강요받았던 건 모두 우리가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보다 높아 자괴감과 자책감만 들고 살아가는 모습 같다.
' 세상의 눈높이 갈수록 에버레스트, 정상을 향할수록 산더미만 되는 스트레스'- 한 단계, 한 단계 자괴감과 자책감을 품고 걸어온 우리들은 더 살아갈수록, 더 시간이 흐를수록 스트레스와 요구되는 건 더 높아져만 가지만 더 지쳐가기만 하는 우리 같기만 한 이 구절
'복잡한 인간관계 그 자체가 역설, 관계만 있고 인간이 낄 틈 하나 없어' - 나는 이 구절이 뭔가 내 학창 시절 같다. 아무나 못 믿고 다른 사람들은 다 나를 이용하는 것 같고 가족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은 모습이 보이면 혼나고 무시당하니 정말 인간을 만나는 게 아니라 기계를 상대하는 거였다. 그래서 이 구절만 나오면 지금도 노래를 듣다가 울컥한다. 모든 게 차갑고 외로움이 괴로움으로 커져 마음이 너무 허할 때, 이 구절을 말하는 타블로가 엄청 희미하고 흐릿한 나를 찾아준 것 같았다.
' As I stand all alone in the rain, 자라지 않으면 성장통도 그저 pain'- 내가 매일 들었던, 그리고 듣고 있는 말이 '잘 될 거야, 지금만 지나가면 다 괜찮을 거야, 너 잘하고 있어, 대학 가면 다 괜찮을 거야'가 내 고등학교 시절에서 매일 듣던 말이고 지금은 ' 이제는 다 할 수 있을 거야, 너 맘대로 살아'인데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이라 할 수 있는 학교를 졸업해도 변한 건 없었다. 성장도 없고 계속 무너지기만 하는 것 같다. 나를 응원하는 말은 이미 지친 나를 떠밀기만 할 때 이 가사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뭔가 내가 살아온 모든 날을 한 줄로 묘사한다면 이 가사인 것 같다. 변한 게 없고 열린 길도 없이 계속 계속 고통만 있는 듯한
타블로가 나의 지침과 외로움을 표현했다면 미쓰라는 내가 지쳤는 데도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보고 ' 그래도 너는 성실하니깐, 꿈이 있어서 학교 계속 다닌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과 인생이 더 부서지는 것 같을 때 이 미쓰라의 가사가 나를 항상 위로하고 알아주는 것 같았다.
' 그저 짐이 되어버린 꿈, 두고 달리는 게 내게 유일한 희망, 한 걸음만 떼라 부추기네, 고개 들었더니 앞은 낭떠러진데 뒤를 보니 길게 줄 선 많은 기대가 날 지탱하는 척하며 등을 떠미네.' - 나는 꿈이라는 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다 버리고 죽였다. 있기 싫은 장소에 강제로 머물기 위해서는 인간이길 포기해야 했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다 죽이고 억제하고 기계가 되어야만 했다. 이 삶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너무 많았고 나는 속으로 항상 그럴 때마다 이 미쓰라의 가사를 내뱉곤 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두고 달리는 게 유일하게 시간이 흘러갈 수 있었고 매일매일 나를 향한 모든 칭찬과 매일 아침에 뜨는 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나를 떠밀기만 하고 그걸 그만하고 싶은데 지금도 다 끝내고 도망가고 싶은데 여기서 반항도 저항도 못하는 나라는 사람은 뭔가 이 가사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
' 언젠가 찍고 싶었던 마음의 쉼표가 숫자들 사이 뒤엉킨 이상 계산적인 이 세상이 들이미는 손 잡기 싫지만 빈손 되는 게 더 겁이 나 붙잡아도 갈 길 가는 게 시간뿐이겠어?- 지금도, 그때도 쉬고 싶다. 쉬고 있어도 쉬지 못한 기분, 언제나 지치고 피곤한 하루, 내가 이걸 하면 내가 불행하고 스트레스받을 걸 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나의 마음을 보려는 시도를 억제하고 또 학교를 가고, 또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이유는 꿈이 아닌 정말 빈손 될까 봐 겁이 나서였다. '그래, 시간은 흐르겠지' 이러면서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으면 남들보다 못할까 봐 그냥 나 자신이 되길 포기하고 남이 되길 위해서 그렇게 반복했다.
노래의 끝에서 타블로와 미쓰라와 오혁이 부른 가사들이 다 나오는 것 같은, 하루의 끝에서 드는 생각과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을 해주는 것만 같은, 답을 주진 않지만 그냥 뭔가가 빠진 것 같지만 찾을 수 없는 공허함을 표현하면 이 거 일 것 같다.
' 이 넓은 세상에 내 자린 없나?, 붐비는 거리에 나 혼자인가?, 날 위한 빈자리가 하나 없나?- 왜 나는 언제나 머물 곳은 없고 왜 쫓기기만 하면서 떠나는 곳만 있을까. 나만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은 왜 들까. 언제나 소속감보다는 이방인이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가게 하는 가사인 것 같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타블로가 이렇게 말해주니 위로가 되었다. 뭔가 세상에서, 사회에서 버려진 것 같을 때 나와 비슷한 상처를 지닌 것 같은 타블로가 나를 버리지 않고 받아준 느낌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 벌어야 할 돈 말고도 뭐가 있었는데/ 내가 가야 할 길 나에게도 꿈같은 게 뭐가 있었는데 / 있었는데 꿈이 있었는데' - 물론 고등학생은 수익이 하나도 없지만 난 돈만 바라보았다. 고등학교를 안 다니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 같고 공부할 힘도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돈을 막 쓸 수 없으니 사립대를 피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만 했던 내가 이 구절을 들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지금도 이 구절을 들으면 뭔가 이 구절을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나는 꿈을 꿀, 꿈이 있을 자격이나 순간은 또 없고 달리기만 해야 하고 돈 걱정만 해야 하는가. 나는 언제쯤 어릴 때처럼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빈차라는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거짓도 없고 어떠한 꾸밈도 없는 인생 그 자체인 것 같다. 막 뛰거나 너무 외로울 때 나를 멈추게 하는 곡인 것 같다. 나를 잡아서 내가 걸어온 인생과 그 속에서의 고통을 함께 보여주는, 나보고 나에게 '너 힘들잖아, 너 외롭잖아'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은 노래이다. 나의 인생가 이기도 하다. 뭔가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에픽하이가 내 손을 잡고 나의 시간을 함께 해주는 것 같다. 언제나 이방인 그 자체였던, 아무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던, 수용받지 못했던 나에게 이 노래는 빈차 없는 인생에 유일한 빈차인 것 같다.
사진 출처(5장): 에픽하이- 빈차(HOME IS FAR AWAY) ft. 오혁 of HYULOH [Official MV]/링크: https://youtu.be/pTD9Jysi3_g?si=53xW13NDiJi3oa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