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감춰지지 않는다.
우울은 감춰지지 않는다. 티내지 않으려해도 전염된다. 은은하게 물든 우울은 내가 전염되라고 한 게 아닌데도 주변의 원망과 화를 내게 가져온다. 주변과 서서히 멀어진다. 나는 더욱 더 구석으로, 구석으로 밀려난다. 그 상태가 되면 이제 혼자의 힘으로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마음만 먹기를 몇 달, 어느 날, 약 부작용으로 온몸에서 각질을 떨어뜨리며, 핫한 카페로 나왔다. 바쁘게 돌아가는 가게.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가만히 있는 나. 그동안 눌려있었던 뇌가 조금 부푸는 느낌이 든다. 정신이 차려지며 생각한다. 지난 몇개월 누워만 있던 것 보단 훨씬 낫다. 어제와는 달라졌다. 아직 여전히 누워있고만 싶고 자고싶고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었다.
큰 결심이 이뤄낸 작은 변화. 그 변화는 나를 또 크게 변화 시킬 수 있다. 카페에 나온 나는 사람 구경을 하고, 얘기들을 주워듣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과 대화하기를 한참, ‘우울기 무찌르기 30번’이 나왔다. 카페에 나올 수 있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또 한 걸음 달라졌다. 우울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 하는 것 만으로 나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잠들기 전 되새겨본다. 어제의 나보다 나았던 점을. 글을 쓴 오늘의 나는 카페에 나올 수 있는 사람 타이틀을 갱신했고 도넛 먹는 것을 참은 사람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울은 감춰지지 않는다. 티내지 않으려해도 전염된다. 그리고 나의 이 작은 노력들도 전염된다. 누군가는 내가 앉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게 바라보고, 누군가는 내가 죽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것에 어떻게든 응원하고 도와주려고 한다. 비록 내 곁에 아무도 없을지라도 울기는 이른 것이, 가장 전염되고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자신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응원을 해주는 사람도 나다. 자랑할 곳이 필요하면 소속된 커뮤니티들에 접속해 이리저리 알리고 칭찬을 받는다. 내일의 나는 또 어떤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까? 예를 들면 화장실 간 김에 이빨 닦은 사람 타이틀 같은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