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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Apr 24. 2018

모노 태스커(Mono-Tasker)의 시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

요즘도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이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여성들이 이런 것을 잘한다고 하죠. 음악도 듣고, 책도 보면서, 대화도 하고, 메신저도 하고. 여성들이 확실히 남성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 속에 있는 이야기를 통해 농담을 만들어 냅니다. 하나님이 남성을 프로토타입으로 창조했는데 영 시원치 않아서 갈비뼈를 취해서 더 개선된 여성을 만들었다고.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낫다고.


컴퓨터도 강력한 멀티태스킹 능력(한 창에는 엑셀 열고 작업하고, 포토샵도 같이 돌리면서, 유튜브에서는 동영상 재생하고, 메신서 채팅 창도 돌아가야 하는)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급속도로 그 스펙이 어마어마해졌습니다. 이런 시대적 요구 때문에 어쩌면 우리도 한 사람에게 거대한 스펙을 가지라고 요구하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게 살아남은 비결이라고 한다면, 피할 수 없는 현재적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미 한 숨 돌리시고 약간의 여유를 찾은 분들은 다시 한번 모노 태스커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인생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제가 한국에 살 때 일을 생각해 보면 한국사회는 바쁜 와중에서도 너무나도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 업무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분주하기 때문이지요. 30대에 가정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가장을 기준(바로 나)으로 했을 때 그가 해야 하는 일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직장에서 업무 잘하기(지속 수입 창출)

2. 업무에서 부족한 것 별도로 공부하기(승진을 위한 몸부림)

3. 영어 공부(자기계발)

4. 각종 경조사 챙기기(사회, 문화적 요구)

5. 취미생활(음악 감상, 영화감상, 독서, 달리기, 등산 등등)

6. 사회관계 유지(직장 동료, 옛 친구들)

7. 가족 관계(아내와 시간 보내기, 아이들과 시간 보내기)

8. 부모님(양가) 찾아뵙기


하루 24시간에 일주일 7일밖에 안되는데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직장인들이 영어가 잘 안는다구요? 당연합니다. 너무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도대체 뭘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게 되어가는 건지 안되어 가는 건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어느 한 가지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너무 중요합니다. 유학도 사실 같은 맥락 안에 있는 듯합니다. 유학생들이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이유는 많은 분들이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그것도 맞겠지만 저는 '모든 시간을 영어를 공부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한 가지 일에만 집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만약 내가 24시간 영어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유학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이런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다시 하루키가 등장하는데 하루키는 여행을 가면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에 그 여행지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온전히 누리고 그것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새 부터인지 여행을 가면 사진을 남기기보다는 그 순간을 최대한 머릿속에 기억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사진은 기억을 저장하는 정말 매력적인 매체이기는 합니다.) 이것저것 하기보다는 내 삶이 내가 되게 하는 작업이 참 중요하지요.


저는 대학생 때 인도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었는데 정말 놀라운 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 당시에는 멀티태스킹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요구하던 시기였고 저고 그런 기류에 휩쓸려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놀라운 분(앞으로는 선생님으로 지칭)은 놀라운 시간관리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하루 일정이 빼곡할 정도로 너무나도 바쁘신 분이었는데 이미 계획된 일정에 부가적인 일정이 생기면 한정된 시간 내에 두 가지를 다 하기보다는 하나의 약속만 선택하시고 나머지는 취소하셨습니다. 저는 당시에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몸을 바쁘게 움직여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놀라운 경지의 선택과 집중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 1시간까지 일이 2개가 있으면 열심히 일하고 비효율을 최대한 제거해도 1시간 40~50분 정도 사이에 끝내는 것이 맞습니다. 

2시간까리 일을 1시간 안에 해낸다면,
그것은 효율이 아니라 어느 하나를 대충한 것입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할 수 있는 일들도 한정적입니다. 


결국은 내가 내리는 결정이 나를 만듭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결정들의 집합체입니다. 지금 한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하기 힘듭니다. 한국 사회는 고단하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할 것을 요구합니다. 사실 제가 한국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있기에 전에 눈물 흘리며 고생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결국 다시 돌아갈 것이지만), 정말 제 자신에게 좌절했을 때가, 밤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고 아내와도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내일을 위해서' 일찍 집에 가고, 일찍 잠을 청할 때였습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내일은 언제 오늘이 될까?'였습니다. 내일을 위해 매일같이 담보 잡은 오늘 하루에 지쳐서 나는 현재를 살지 못하고 내일을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온전한 경험이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의 피와 살이 되듯이, 우리의 매 순간의 실재적 경험이 우리의 삶과 영혼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일. 그래서 나의 시간에 내가 살아 있는 일, 가치 있게 도전해 볼만한 일입니다.


[덧붙이기]

제가 최근에 정말 감명 깊게 본 TED 동영상입니다. 주제는 Conversation인데 'Be present'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이 짧은 시간이지만 큰 울림을 줍니다. 10분 시간 되시는 분은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첨부해야 할지 몰라 링크를 남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1vskiVDw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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