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의 매력에 대하여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피자와 맥주를 조합해 먹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치맥이 유행하기 전에도 맥주에는 치킨이라는 진리는 성립하였었고요. 최근에서야 제법 유식하게 '페어링(음식의 조합, 주로 술과 안주)'이라는 전문용어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전에는 그런 건 잘 몰랐었고, 그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막연하게 조합해서 먹었습니다.
저는 하루키의 책들을 보면서 그가 피자에 맥주를 먹고, 던킨 도너츠를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자에 맥주라는 조합이라... 15년 전만 해도 그리 익숙한 조합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피자에 맥주, 햄버거에 맥주는 정말 환상의 조합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시원한 라거 맛에 길들여 있기 때문에 약간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입 안을 씻어주는 개운함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커피도 제법 좋아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볶은 콩을 갈아다가 드립으로 내려마시기도 했습니다. 뭔가 시작하게 되면 관련된 책은 꼭 사서 보아 대략적인 지식을 가지고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커피 관련 책을 좀 사서 보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와서는 드립까지 내려먹을 돈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마트에서 사는 Ground coffee를 사다 아침마다 싸구려 커피메이커에 내려 먹는데요, 전에는 커피는 빵, 혹은 달콤한 디저트에 어울린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에 와서 알게 된 처음 만나는 세상! 바로 커피와 아보카도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첫 1년은 남부에서 보냈는데 아보카도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가격이 아주 저렴할 때에는 개당 50센트(약 600원) 정도까지 했었어요. 워낙 슈퍼푸드라고 명성이 자자해 그 위대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미국에 와서야 처음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고소한 맛을 즐기는 제 입맛에도 잘 맞았고요.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우연히 마주하게 된 아보카도와 커피의 만남은.. 제 혀가 그들을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보카도를 먹으면 식감이 아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고, 먹고 난 후에는 입 안에 살짝 한층의 지방이 남게 되는 것 같은데, 그때 커피를 살짝 마시면 입안의 지방을 녹여주면서 묘한 감칠맛이 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입맛에는 정말 최고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시식평도 남겨주시고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아직 저처럼 먹는 분들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부 '아보카도 커피'라고 해서 아보카도와 커피를 스무디처럼 만들어 먹는 방법이 있는 듯하는데 저는 맛본 적은 없습니다.
왜 좋잖아요. 나만 알고 좋아했던 무명 연예인이 그리 사랑스럽고, 그가 유명해지면 왠지 남의 것이 된 것 같아 실망하게 되었던 씁쓸하지만 소중한 기억들. 아보카도와 커피의 조합도 아직 시작단계입니다. 이런 비밀의 맛을 시작 단계부터 소중하게 공유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