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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Apr 24. 2018

외국계 기업에는 과연 우리가 원하던 것이 있을까?

외국계 기업의 명과 암, GM사태를 바라보며

많은 구직자들의 희망사항은 대부분 유명 대기업 혹은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유명기업에 취업하면 상당한 연봉을 받게 되는 것도 장점이긴 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서 가장 즐기기 쉬운 것은(그리고 부모님들께서 더욱 즐기시는 것은)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다른 이들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나 **회사(대기업) 다녀 (feat. 추가 설명 필요 없음)


제 경우는 제가 다니는 회사를 설명하기 위해서 '내가 다니는 회사 이름은 $$인데 이게 미국계 회사에다 급여도 나쁘지 않고 뭐 어쩌고저쩌고'등 덧붙일 말이 필요했었습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너는 처음 들어보겠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회사라는 설득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국내 대기업 그룹사 직원들은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자사의 자동차를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전자제품 회사 직원은 할인된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제 친구의 경우 모 커피숍에서 항상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하면 제법 부러운 것이 아닙니다.


소위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Work and Life Balance를 누리고, 글로벌하고 자유로운 기업문화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다양하고 풍부한 복지제도에 휴가도 많고, 또 외국인과의 다양한 업무 공유를 통해 멋진 커리어를 쌓아가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하지요.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대한 우리가 가진 이미지(혹은 환상)가 정말 존재할까요?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런 이미지가 실재가 되는 회사가 그리 흔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주변에 많은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회사 같은 군대식 기업문화가 있어", "글로벌한 업무가 없어", "야근이 너무 많아" 등등의 불만을 쉽게 들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1. 인수 및 합병: 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가장 쉬운 방법

외국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인수와 합병을 통해서입니다. 한국에 기업이 진출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하고 한국 전문가를 고용하고 또 필요한 직원을 한 명씩 채용해 가는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아주 많이 드는 일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한국에 있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외국기업이 한국 회사를 구매하게 되는 경우에는 한국인 직원을 그대로 고용 승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은 한국기업과 같은 정서를 가진 이름만 외국기업인 경우가 많지요.


2. 외국인들이 보는 한국에 대한 생각 True or False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그래서 실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유구한 단일민족 역사와 오랜 시간의 국사교육 때문에 자국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이와 별개로 미국에서 아이들이 국사, 세계사 구분 없이 세계사로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국사를 어려워했기 때문에.. ㅠ) 따라서 우리 자신을 분명히 다른 아시아인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주요 나라들의 국민들과 다르게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사장님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우리가 서양을 볼 때 굳이 미국인, 캐나다인, 영국인, 호주인에 대해 엄격한 구분 없이 영어를 쓰는 사람들,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사람들 정도로 치환해 내는 것을 볼 때 외국인들도 우리나라를 볼 때 다른 아시아권 나라로부터 큰 구분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물론 한국이 '임금(wage)이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 다소 높지만 그래도 퀄리티가 좀 나온다'라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크게 구별점처럼 작용하는 것처럼 느낀 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다만 투자 대비 회수 금액(RIO: Return on Investment)만 중요할 뿐이지요.


물론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고 섬세하게 그 시장에 접근하는 선진적 마인드의 기업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들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대부분 그런 선진기업들도 '존중'의 차원에서 우리의 문화에 접근하는 것이지 그 저변에는 이미 자국에서 성공한 기업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저는 '너희가 충분히 투자금을 회수해주지 못하면 우리는 대만이나 중국으로 옮길 거야' 같은 소리도 꽤나 들어봤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것만큼 외국인들은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봐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3. 외국어로 가득한 글로벌한 업무?

일단 타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선 굉장한 능력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능력이란 아무리 동시통역 기계가 발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 불가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외국인 직원이나 사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더 요긴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특히 '인사'라는 직무에 한정하여 비추어 보았을 때 '외국어 특기'는 상당한 장점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인사팀'은 회사의 충성도가 높은 직원을 선호하고 그로 인해 '순혈주의(커리어 1년 차부터 인사팀에서 시작해온 직원)'가 통용되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회사의 기밀 및 개인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는 부서에서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 온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인사팀 직원들은 대부분 한 부서에 머물러 있으면서 팀 내에서 직무를 변경하는 형태가 많고, 그로 인해 외국어를 잘 하는 직원이 의외로 드물기도 합니다. 인사부서가 노동법과 관련된 업무가 많고 급여 등을 다루면서 숫자에도 밝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법대생이나 상경계열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단순히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고 하여 러시 어학과 학생을 인사팀에서 채용하는 것은 드문 케이스 일 것입니다. 


때문에 외국어는 단연 돋보이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외국어 쓸 일이 많을까요? 일단 모기업에 보고해야 하는 경우에는 간헐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거나, 또 해외영업이나 외국 고객들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외국어를 쓰겠지만 그 외 직무에서는 대부분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한국이기 때문이지요. 본인이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계 기업이라고 외국어를 많이 쓰게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설사 외국어를 쓴다 하더라도 그 능력이 다른 회사 직원들과 크게 차이 날 정도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4. 좋은 복지제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노동법은 상당하게 근로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근로자를 보호하고 복지적인 측면에서는 단연코 미국(우리가 부러워하는 그 미국!!) 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다만 그 법을 지키지 않으려는 고용주(회사)의 부단한 노력 때문에 그 빛이 퇴색되는 것이지요.


한 예로 제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복리후생 제도를 만들 때 본사에 한국의 '경조사 제도'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왜 머나먼 친척의 경조사까지 유급휴가와 경조금을 제공해야 하냐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연차 제도도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되고요. 육아휴직의 경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근로자가 원하면 무려 1년까지 사업주의 동의 없이 휴직(입사 후 1년 이상인자의 경우)이 가능합니다 (물론 휴직 중 급여는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하겠지만요).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 학자금 지원'같은 경우도 상당한 복지에 해당합니다. 이것 역시 사실은 굉장한 선진적인 복지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옛날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가난의 탈출이 '공부'였기 때문에 기업들 중에서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전액 혹은 일부의 학자금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였고 이는 부모님들의 학비 걱정을 줄여 주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 수혜자 중 한 명이고요.


물론 좋게 여겨지는 한국의 복지제도는 연공서열에 기반한 항목이 많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에서 유의미하지 현재로서는 유명무실해진 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도 복지제도가 제법 잘 되어 있는 곳이 많고, 또 새로운 스타트업이나 진취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잘 갖추고 있는 곳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5. 선진 업무 기법?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면 외국에서 해오던 선진 업무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도 착각이기 쉽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많은 외국기업이 투자를 꺼리기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옳은 표현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기업은 '집을 구매'하는 개념이라면 외국기업은 '전세 살이'정도로라면 표현이 맞을까요? 한국의 기업들은 어쨌든 직원들에게 편향적이긴 하지만 투자를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겉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사장님들도 회식 때 직원들 소고기 사주고, 대기업 사장님들도 때 되면 '좀 고마워해라'하면서 선심성 상여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월급이나 올려주지...) 또 우리나라는 IT 선진기업이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관련 사내 시설에 투자를 하는 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서는 '비용 감축 여부'와 '효과성'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근에는 HR solution(직원 정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편이지만, 어떤 회사에서는 엑셀을 고집하며 담당자에게 엄청난 엑셀 스킬을 요구하게 되지요. 프로그램을 구입하려면 수천만 원의 투자 비용에 정기적인 관리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엑셀 교육의 경우는 몇십만 원에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다 선진적인 업무(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업무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덧붙이기: 좋은 회사 찾아보기]

제가 국내 기업이 더 좋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막연하게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를 선택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했었습니다.


1. Cold mail

제발 악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콜드 메일은 모르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일입니다. 저는 취업카페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염치를 무릅쓰고 콜드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변이 안 오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가끔 답변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그 회사가 홍보하는 것과 실재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원은 바로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입니다. 혹시 내가 S그룹에 가고 싶다, 그럼 주변 분들 중 재직자분이 있는지 탐색해서 물어서 사내 분위기가 어떤지 물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뭐든 잘못된 선택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 혹시라도 회사에 대해 콜드메일로 물어오는 분이 계시면, 너무 미심쩍고 불안하면 절대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마세요.


* 인터넷에서 채용담당자의 이메일을 발견하고는 거기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2. 회사 평가 사이트 이용

저는 회사 평가 사이트(구글에서 치면 바로 나옵니다)를 이용해서 회사에 대한 후기들을 찾아봤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한 사이트를 기준으로 회사 평가가 5점 만점에 3.5 이상이면 그래도 다닐만한 회사라는 것을 Rule of Thumb(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이용들 하실 텐데 초반기에만 하더라도 이 사이트의 존재를 모르는 헤드헌터분들도 계셔 제가 설명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헤드헌터분들도 아마 처음엔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이직희망자에게 회사 제안을 했는데 얼마 후 확고하게 안 가겠다고 하니 말이지요.


그래도 회사는 나만 좋다고 가는 게 아니라 받아줘야 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차곡차곡 능력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룰 기회가 있다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열일하시는 직장인 분들, 그리고 취업 준비생 여러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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