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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찾아 Jun 05. 2018

관리자, 정말 필요악(惡)인가?

떡볶이가 품절입니다

제가 처음 다녔던 회사 지하에는 조그마한 분식집이 입점해 있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라면, 떡볶이 등 분식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지요. 물론 제가 매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제 재직기간에 이 가게에서 '품절'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요.


물론 미리 물량을 충분히 준비도 했겠거니와 대부분 직원들이 점심시간 외에 여기서 음식을 먹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왜냐하면 지나가던 관리자와도 마주치면 자칫하다간 근무시간에 먹으러 놀러 다니는 직원으로 인식되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서 심지어는 어떤 친구들은 회사 바로 옆 커피숍을 두고 훨씬 멀리 있는 커피숍으로 커피를 사러 나가곤 했습니다(저도 가끔은 그랬습니다). 근무시간에 잠은 깨고 싶고 그래서 커피를 좀 마시고 싶은데 커피 사러 돌아다니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다니.. 따라서 비효율성이 더 높아졌겠지요.


제가 6년 동안 근무하면서 딱 한번, 이 지하 분식집에 떡볶이가 품절된 날이 있습니다. 떡볶이뿐만이 아니라 순대같이 그 날 정해놓은 분량을 파는 음식들 대부분이 품절이었습니다. 그게 언제였냐하면 바로 "관리자 집중 교육"을 전사적으로 실시한 날이지요. 사장님께서 독한 마음먹으시고 각 부서의 모든 관리자들을, 예외 없이, 연수원으로 불러 모아 교육을 실시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외 없이 모든 관리자들이 집합된 것은(예외 없이 관리자들이 모두 회사에서 사라진 날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저는 기적을 체험하였습니다.


직원들이 대화를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컴퓨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전에 알던 동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두들 웃으면서 대화했고 사근사근 말했습니다. 기존에 지배적이던 칙칙한 분위기가 잠시 사라지고 여기저기 대화 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퇴근 무렵에는 처음으로 분식집 아주머니로부터 "떡볶이가 동이 나서 팔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저도 결국 떡볶이를 사러 간 셈이군요 ㅠ).


관리가 줄어드는 것이 업무능력을 향상한다고 감히 단정할 수 없으나 '즐거운 분위기', '의사소통'의 증대가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저는 최근 야후의 CEO가 결정한 것처럼 '재택근무'에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는 '보상'측면에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일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랑 친하게 지냈던 회사 동료는 업무는 너무 많은데 본인지 집중하지 못해 때로는 컴퓨터 앞에 CCTV라도 설치해서라도 관리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관리는 확실히 "새는" 부분을 막아주기는 하는 것입니다. 



관리자는 단순히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을 이끄는 사람이다.


사실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아빠는 아이들과 잘 놀아줘야지'. 너무 쉬운 말인데 막상 실행은 쉽지가 않지요. 어느 누구는 그러 덥니다. 자기가 한 일에 51%만 칭찬받을 수 있다면 좋은 리더라고. 그만큼 좋은 리더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고 그 차이는 어쩌면 깻잎 한 장 차이일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관리자는 누군가 일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말 생산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권위'로 남아서는 안되고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결론적으로는 어쨌든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리자는 리더가 되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직장 생활에 힘든 여러분, 지금은 하루하루가 참 힘들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그 리더가 되기 위해 매일 연습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힘이 날까요?


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날 5시 30분, 땡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각자의 퇴근길로 러시하던 그 많은 사원들의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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