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 이루어진다

At! Say!

by 진키

골이 터지는 순간,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파도가 밀려오듯 함성이 몸을 덮쳤다.

적색 응원봉의 빛이 사람들의 뺨을 번갈아 비추고,

뜨거운 열기에 땀냄새가 뒤섞여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레드티에 스며든 땀 내음, 귀안을 울리는 함성,

눈동자를 적시는 붉은 파동이 시야 전체를 뒤덮었다.

거리마다 호프집에서 터지는

고성의 응원과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도시의 맥박처럼 골목마다 퍼져나갔다.


그때 사람들을 흔들던 ‘꿈’은 잠에서 꾸는 환상도,

떤 개인만의 목표도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바라는 미래의 가능성’,

즉 집단이 공유하는 서사적 꿈이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모두가 이루어지길 바랐던,

한 시대의 국민이 함께 바라본 미래의 장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장은

개인의 목표를 넘어 국민 전체가

하나의 마음으로 붙든 미래지향적 꿈이었다.

그리고 그해, 국민들의 꿈은 이루어졌다.

대한민국은 불가능을 뚫고 4강에 진출했다.

함성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미래를 상상했다.


그렇다면 그때 내가 꼭 이루겠다고

상상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그 꿈은 구체적인 직업도,

선명한 미래의 모습도 아니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처음 품게 되는

아주 원초적인 믿음.

‘나도 언젠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라는,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가능성의 꿈이었다.


무한한 긍정으로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치던 빨간 티의 여중생은 어느새 마흔이 되었다.

그때 꾸었던 꿈도,

앞으로 꾸어야 할 꿈도 흐릿하게 멀어져 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전등 아래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가

문득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낮 동안 분주하게 움직였던 몸이 멈추고,

집 안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나는 내 안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지나간 이력을 되짚으며

과거형으로 대답했다.

내 말들은 모두 오래전 시간의 온도와 밝기를 품고 있었지만,

정작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서랍처럼 서늘하고 공허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기 위한 첫 번째 문장으로서.

<At! say!>는

참아내고 눌러두었던 감정의 잔해들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다는 작은 선언이자,

나를 다시 쓰기 위한 에세이다.

그 출발점으로,

나는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기억의 자리부터

천천히 다시 돌아가보려 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