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모든 행사를 만드는, 단 한 명
내가 생각하기에, 자료실 사서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사서의 직무는 ‘독서문화행사’ 담당이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리. 도서관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전면의 역할이자, 동시에 꽤나 많은 일을 떠안는 자리다.
다른 기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도서관에서는 단 한 명이 그 모든 일을 책임진다. 드물게 두세 명이 나눠 맡는 곳도 있다고 들었지만, 그곳의 사정은 알 수 없다. 사서직이 넉넉해서일 수도 있고, 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일 수도 있다. 전화해서 “왜 세 명이나 되나요?” 하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한 명이기에,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격무가 된다. 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 그리고 시니어. 이 모든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고르게 기획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곧바로 지적이 들어온다. 마치 서커스 곡예사가 여러 개의 접시를 동시에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접시 하나라도 떨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곡예사의 그동안의 균형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떨어진 접시만 본다. 그리고 ‘무능한 담당자’라는 말이 붙는다.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책’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도서관에서 이런 걸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 질문은 언제나 단정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 이를테면 독서회나 독서토론은 참여율이 낮다. 열심히 준비한 프로그램에 신청자가 몇 명밖에 없어 폐강이라도 하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행사 담당자의 몫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책과의 연결고리를 억지로라도 만들어낸다. 만들기 프로그램에도 책 한 권을 끼워 넣고, 강연 주제 옆에 관련 도서를 나열해 ‘독서 연계’라는 이름을 붙인다. 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곡예사처럼, 우리는 늘 그 경계에서 흔들린다. 책을 너무 앞세우면 사람이 오지 않고, 책을 뒤로 물리면 도서관 행사답지 않다는 말이 돌아온다.
더 고단한 건, 개성 있는 행사를 해보려는 시도가 거의 매번 좌절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아이들을 위해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제안한다고 치자. 그러면 관장은 곧장 고개를 젓는다.
“다른 도서관은 안 하는데, 우리만 할 수는 없잖아.”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만 새로운 걸 하면, 다른 도서관에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A 도서관은 보드게임 행사를 하는데, 왜 여기는 안 하나요?”라는 질문 하나가 두려운 것이다. 그 질문이 실제로 들어올지, 들어오지 않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하여 개관 이후 지금까지, 우리 도서관은 단 한 번도 개별 도서관 차원의 행사를 시도하지 못했다. 모든 도서관의 행사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 행사만 가능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회의 테이블 위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곧이어 쏟아지는 반대의 말들 속에서 사라진다.
그 모임 속에는, 여전히 열정적으로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사서가 있다. 그러나 그 옆에는 최소한만 하려는 사서도 있다. 이전에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시간을 덜 쓰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굳이?” 라는 말은 언제나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반대가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늘 관장의 말이 이어진다.
“모두 똑같아야 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사들이다. 해마다 같은 달력, 같은 프로그램, 때로는 같은 강사까지. 바뀌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들과 행사 담당자의 얼굴뿐이다. 프로그램은 반복되고, 시간은 지나간다.
이런 반복 속에서, 처음에는 도서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신규 사서들도 점점 시들어간다. 처음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제안서를 쓰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입을 다문다.
“말해봤자 또 막힐 텐데.”
그 체념은 생각보다 빠르게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책 속에서는 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데, 회의실 안에서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나는 한때 그것을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것은 도서관 사서의 세계에도 똑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책의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도, 그 그림자는 서서히 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