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도서반납함 비우기

황금연휴에도 종종 사서는 출근합니다.

by 김태은

이번 추석 연휴는 길었다. 길어도 너무 길었다.
10월 3일부터 시작해 9일까지, 금요일 정기휴관일까지 합치면 열흘 가까운 긴 연휴였다. 중간에 하루 문을 열긴 했지만, 그 하루로는 도서관의 시간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반납함이 포화 상태가 될까봐, 반납일을 연휴 이후로 연장했다. 그럼에도 사서들은 여전히 초조했다. 도서반납함이 넘쳐나는 광경을 이미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다. 초조함은 오래된 습관처럼 몸에 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당번을 정했다. 연휴 중간에 나와, 책을 꺼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향이 다른 이들은 이미 멀리 떠나 있고, 해외로 여행을 간 직원도 있다. 반납함을 비우기 위해 그들을 부를 순 없다. 결국 남는 건, 고향이 이곳인 사람들. 그리고 그냥, 조용히 남아 있기로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좋았을 리는 없다. 그래도 도서관과 책을 좋아하니까,누군가는 나와야 하니까, 그런 이유로 도서관 문을 연다.

막상 들어오면 이상하게 나쁘지 않다.

사람 없는 도서관은, 묘하게 숨이 잘 쉬어진다. 로비는 텅 비어 있고, 공기는 차분하다.

문 앞의 반납함 옆에서 고개를 숙이면 철판 안쪽에서 책들이 서로의 무게에 눌려 있다. 책등이 닳은 채로, 얌전히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하나씩 꺼낸다. 두꺼운 책, 얇은 책, 작은 책, 거대한 책. 책을 북트럭에 옮길 때마다 금속과 종이의 마찰음이 조용히 섞인다. 허리를 숙였다가 펴는 동작이 반복된다. 묘하게 명상에 가까운 리듬이다.

책을 모두 꺼낸 뒤엔, 기계의 전원을 껐다 켠다. RFID 반납기는 가끔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멈추기 때문이다. 그 사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려는 사람이 있다. “오늘은 휴관일입니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 말이 도서관의 하루를 대신하는 듯하다.

이틀 동안 모인 책은 약 오백 권. 예상보다 적었다. 그래도 확인은 필요하다.

반납기는 가끔 장난을 친다. 들어왔는데, 처리되지 않은 책들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책을 열 권씩 데스크의 RFID 리더기에 올려놓고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다. ‘대출가능’이라는 단어가 뜨면,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한다. 반납은 늘 반복으로 완성된다.

정리는 다음으로 미룬다. 혼자 오백 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그냥 책을 트럭째 밀어두고, 잠시 자료실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아무도 없는 도서관은 조금 낯설고, 그 낯섦이 오히려 편하다.

서가를 바라본다. 책등들이 조용히 늘어서 있다. 그 순간, 도서관은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된다. 사치스러울 만큼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책 냄새가 희미하게 돌아다닌다.

십여 분쯤 그렇게 앉아 있다가 북트럭의 바퀴를 돌려 세운다. 남은 연휴의 나머지를 향해, 다시 밖으로 나선다. 밖은 여전히 연휴의 공기다. 사람들이 웃고, 바람이 선선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반납함 속의 책 냄새를 품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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