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티타임

= 관장님의 1인 토크쇼

by 김태은

티타임. 그 고상하고도 우아한 단어를 나는 사서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처음 들었다. 커피 향과 함께 여유가 따라올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시간이 붙어 있었다. 여유라기보다는 체류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출근하자마자 관장님이 직원을 불러 모은다. 커피잔이 테이블 위에 놓이고, 그 앞에서 관장님이 말을 시작한다.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티타임’이라고 불렀다. 누가 처음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모른다. 그렇게 부르면,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기 때문일까.


그 시간은 나에게 최악에 가까웠다. 당시 나는 벅찬 업무를 맡고 있었다. 처리하지 못한 쪽지와 메일이 책상 위에 쌓였고, 전화벨은 쉬지 않고 울렸다. 무엇 하나 미뤄둘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신규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언제나 필수 참가자였다. 내가 얼마나 바쁜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관장님은 매일 나를 불렀다.


“H씨, 커피 마셔.”


나는 화면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금방 가겠다고 말하면, 곧 이런 말이 돌아왔다.


“왜 안 나와? 내가 거기로 가져다 줘?”


그 말은 선택지를 주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나오라는 뜻이었다.


그 자리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사서직은 더 그랬다. 관장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빠질 수 있었다. 유일한 예외는 시설관리 담당자였다. 그들은 태연하게 빠져나갔고, 나는 그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아침의 티타임은 보통의 회사원에게는 자연스러운 풍경일까. 아니면 우리 조직만의 특이한 풍습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 뒤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후자 쪽에 마음이 기운다.


우리 도서관의 티타임은 하루에 세 번 있었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점심을 서둘러 먹고 1시까지, 그리고 오후 4시에서 5시까지. 계산해 보면 하루 세 시간을 우리는 관장님과의 티타임에 바쳤다. 하루의 상당 부분이 식어버린 커피와 함께 흘러갔다.


더 이상했던 것은 그 내용이었다. 차라리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겠거니 여기며 견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장님의 개인사였다. 지난 주말에 어디를 다녀왔는지, 가족끼리 무얼 했는지, 자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집 근처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젊은 직원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묵언 수행자처럼. 티타임은 사실상 관장님의 1인 토크쇼였다. 우리는 관객이었고, 박수는 고개 끄덕임으로 대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9급에서 7급이 될 만큼 시간이 쌓였고, 이른바 MZ라 불리는 후배들이 사적인 대화를 명확하게 거부하는 기운을 풍기기 시작하자, 티타임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 덕에 지금은 주 1~2회의 아침 티타임만 남아 있다. 점심식사 후에는 각자 흩어져 카페로 가기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여전히 관장님의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대개는 눈치를 조금 더 많이 보는 사람이 그 역할을 맡는다. 오후 티타임은 간식이 있을 때만 열린다. 그러니까, 명분이 있을 때만.


주 5일, 하루 3회에서 주 1~2회로. 계산해 보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사실 지금도 티타임은 피로하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묘하다. 지금의 나는 “이 정도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것은 만족이 아니라, 체념에 가까운 안도감이다.


나는 감사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나는 잠시 평화롭다. 그 평화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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