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위한 시작

by 이유진

낮에는 엄마와 가까운 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엄마의 하루 일과는 아침을 먹고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물론 헬스장에서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며 오전 시간을 친구들과(할머니들과) 보내는 것 같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함께 운동을 한 친구들과 점심을 밖에서 해결한다. 그리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깐 쉬기도 하고 낮잠을 주무시기도 한다. 저녁 먹기 전에 혹은 저녁을 먹은 후 집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 트랙을 돌면서 저녁 운동을 한 후 일과를 마친다. 이렇듯 혼자지만 그래도 낮에는 엄마가 걷기 운동을 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파트 옆에 있는 산책로를 알려주었다.


주말이 끝나가고 이제 한 주가 마무리되는 일요일 저녁. 이 저녁에는 남편과 내가 즐겨 찾는 치킨집에 가서 간장치킨과 고추치킨을 엄마와 함께 먹었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일상을 함께 해야 하는 구성원들 간에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 같은 느낌으로 엄마와 나는 맥주도 한 잔씩 했다.


서로 간에 이젠 남지도 않았을 쓸데없는 기대와 그 기대 때문에 느끼는 실망감은 수없이 많은 앞선 경험으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흥분하거나 놀라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화내지 않겠다고 단단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면 예의 준비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를 증명해 보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