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엔 비가 내렸다.
마음이 급해서 토요일 이사에 나는 금요일부터 엄마집에 갔지만 실제로 내가 뭔가를 한 일은 없었다. 전 주에 이미 엄마의 귀중품은 가방 하나에 모두 모아 우리 집으로 가져다 놓았고, 자질 구레한 물건들은 엄마가 많이 버린 상태였다. 엄마는 그릇과 작은 가구들을 전부 버렸다고 했고, 내가 봐도 짐은 많이 줄어 집이 헐렁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이삿짐센터 아주머니는 그래도 엄마 짐이 너무 많다며 더 버려야 한다고 열심히 주장했다. 짐을 줄이라는 말은 내가 엄마에게 늘 하는 말이었지만 왠지 다른 사람이 하니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도 나도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은 했었지만 아침이 되니 바람이 좀 불 뿐이었고 비가 내리지는 않았는데, 사다리차로 마지막 짐인 냉장고가 내려올 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파트 정자에 앉아 비를 맞으며 사다리차로 내려오는 냉장고를 보며 안타까워했고, 나는 출처를 알 수 없지만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부자 된다고 했다는 말로 엄마를 위로했다.
따뜻한 안녕
할머니들은 이삿짐 차가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부터 떠날 때까지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사다리차에서 내려오는 짐을 하나하나 보고 있었다. 이미 몇 주전부터 떠나는 엄마는 한 달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라는 의미로 친구들에게 밥을 샀다고 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했던 친구들과 아쉬운 안녕을 그렇게 준비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후 할머니들은 잘 가라는 의미로 다시 돌아가면서 밥을 사거나, 따뜻한 밥을 준비해서 나누어 먹었다고 했다. 할머니들은 서로 다 같이 한 달 동안의 안녕을 맞이한 것이다.
마지막 짐이 내려온 후 집에 남은 짐이 없는지 확인하고 내려오니 엄마와 할머니들은 뭐가 그렇게 애틋한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건강하자는 다짐을 하며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고 있었다. 엄마는 그렇게 할머니들과 안녕하고 우리와 함께 차에 올랐다. 참 따뜻한 안녕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