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외면일기

093 필요한 만큼 가지는 삶 vs 부자가 되는 삶

by 이유진

나의 친구는 지금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있다. 대화의 대부분은 모두 깔때기처럼 부동산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일전에 우리가 나누었던 생활 속의 이야기들은 멀어진 지 오래되었고 나는 가끔 그런 이야기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더 많이 가지는 삶을 살고 싶고, 더 편안하고 안락한 곳에 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이런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는데, 왠지 지금 부동산 강의를 듣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집값과 전세가율을 계산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부자가 되려는 큰 포부는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빠지는 고무풍선처럼 시들해져가고 있다.


거주지를 지방으로 옮기면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했던 것은 이직이었다. 현재의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할 곳은 지방의 어디에도 없었기에 나는 급여의 50%를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포기하고도 크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다. 풍족하지 않았을 뿐.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을 때 나의 한 친구는 왜?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졌었다. 딱히 지금 쓸 곳도 없고, 필요한 만큼 벌고 있는데 왜 돈을 더 벌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전적으로 수긍했었다. 그런데 경기도로 다시 돌아온 지금 나는 집 없는 가난한 사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코인이며 돈을 벌 수 있는 재테크의 수단이 되는 이것저것에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부자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필요한 만큼 가지는 삶과 부자가 되는 삶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말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는 것이 구축아파트에서 신축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다인가. 하는 생각말이다. 그래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한 번 적어보기로 했다. 자연스러운 나를 다시 찾기 위해서.


꾸준히 무언가 지속하는 삶

매일 책을 읽는 삶

작은 성공에 기뻐하는 삶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삶

작은 행복을 감사하는 삶

가까운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는 삶

누군가를 사랑하는 삶


이러한 삶에 정말 33평 국민평수의 아파트가 필요한 것일까? 역세권 아파트가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S&P 500 ETF가, 그 배당금이 필요한가? 아니면 연금펀드와 IRP가 필요한 것일까?를 생각해 보면 그건 좀 아닐 것 같다. 온 나라가 지금 부동산에, 주식에, 코인데 빠져있는데 나는 부자가 아니어도 잘 사는 그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는 부자가 아니어도, 필요한 만큼만 가져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루저라고 말할지라도 그 방법을 알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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