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볼과 박 대리

by 이유진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박 대리의 손에는 늘 검은 봉지가 있다. 그 봉지에는 가끔 산도나 뽀또와 같은 과자 또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그건 오로지 박 대리의 것이며 누구의 입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여직원들은 그런 박 대리를 서운해하지도 않는 눈치다.



대리님은 손에 든 거 왜 맨날 혼자 먹어요?



이런 사정을 아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맑고 순수한 눈으로 "대리님은 손에 든 거 왜 맨날 혼자 먹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이주임도 사 먹어"라는 무덤덤한 대답, 그리고 나는 " 아.. 예에"라고 고개를 숙였을 뿐


그런데 이런 박 대리가 얼마 전부터 도서실에 와서 어슬렁 대더니, 내가 서가 사이에 마련해 놓은 비밀 장소를 알아내고 점심시간마다 와서 신문을 보다가 잠깐 졸고 간다. 정작 내가 좀 가서 졸아야 할 때 박 대리가 버티고 있어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 비밀장소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니니 뭐 그렇게 박 대리가 저쪽에서 졸고 있는 게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어떤 날은 박 대리에게 이마에 눌린 자욱이 있다고 좀 더 있다 가셔라 말해주기까지 했으니 나와 박 대리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에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던 어느 날 박 대리가 신라명과에서 나온, 크라운 산도도 아니고 롯데 샌드도 아닌 꿀 볼과 초코아몬드 과자를 든 봉지를 들고 와서는 내 앞에 쑥 내밀며 "자 이거 먹어!" 하는 게 아닌가? 동그래진 내 눈을 보며 박 대리는 그간 고마워서 주는 거라고 했다. 이제 날이 따뜻해져서 쉴만한 좋은 곳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그간 재워줘서 고맙다.. 이 말인데....


박 대리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이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인가?라고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결국 꿀 볼을 뒤집어서 유통기한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도대체 박 대리가 나에게 제대로 된 과자를 줄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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