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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Dec 17. 2021

<스파이더맨:노웨이홈>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피터 파커

마블식 소니 스파이더맨 헌정 영화

어릴 적 나는 스스로를 괴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우스꽝스럽게도 별녀클럽이라는 요상한 그룹명을 만들어 아이들과 친목을 다지기 좋아했고, 때때로 그런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나의 용기는 본격적인 학창시절에 접어들며 무서운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사그라들었다. 복도를 지나갈 때에도 혹여나 눈에 튈까 경직되기가 일쑤였고 그 누구도 나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은 그 존재자체로 나를 주눅들게 했다. 그 시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꽤 인상깊게 보았다. 그의  스파이더 맨은 다소 너드에 가까운 평범한 고등학생이 슈퍼히어로로서 활약한다는 카타르시스를 덩달아 느끼게했다.  


시간이 흘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스파이더맨이 리부트 되었을 때,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보단 다소 핵인싸같은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가 다소 낯선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다스러운 다정한 이웃이라는 원작의 면모를 그는 제법 잘 살려낸 듯 보였고 그렇게 나의 스파이더 맨들은 시간이지나 톰 홀랜드라는 차세대 젊은 배우에게 그 자리를 양도했다. 

미스테리오가 죽음 직전 자신의 정체를 폭로하고, 살인마로 음해한 덕에 전국민적인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된 피터 파커. 그는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 때문에 원하는 대학마저 가지 못하는 상황에 오자, 이를 개선하고자 닥터스트레인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 맨인 것을 아는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주고자 닥터가 마법을 거는 와중 피터의 요청으로 주문을 변경하게 되고, 이에 차질이 생겨 또 다른 시공간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아는 빌런들이 하나 씩 그 들의 앞에 찾아오게 된다.


영화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은 영화 제작 단계부터 기존 스파이더 맨을 맡은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몰았다. 그들의 등장은 빌런과 마찬가지로 멀티버스에서 넘어오게 된다는 설정이었는데, 이는 마치 소니와 MCU의 거대한 합작과도 같다. 더불어 이는 MCU가 기존의 스파이더 맨을 사랑했던 소니의 팬들마저 모두 흡수하겠다는 어떤 포부와도 같으며, 소니 역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마블 캐릭터들을 MCU와 비교되지 않으며 함께 공생하는 방법을 찾은 것과도 같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피터 파커들을 위한 헌정영화이자 톰 홀랜드에게 기존 배우들이 왕관을 넘기는 아름다운 입관식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소니 영화에서 등장한 빌런들을 재등장 시킨 것과 더불어 이들을 끝끝내 빌런으로 남게 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악당들이 그저 악당으로서 소모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더불어 시종 등장하는 기존 영화에 대한 오마주들을 보임으로써 기존 스파이더 맨 영화를 꽤 사랑한 이들에게도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삼스파이더맨은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형제와도 같아 보이는데, 이는 세 배우의 매력과 나이대가 각각 다름으로써 오는 것이 꽤 큰 시너지를 작용한다. 이제는 원숙함이 더욱 돋보이는 토비의 피터와, 한창 청춘의 한 문턱에 놓여진 앤드류의 피터, 그리고 아직은 어리숙하고 아이같지만 그 누구보다 큰 성장통을 겪은 톰의 피터까지. 세 배우가 각기 그려내는 스파이더 맨들을 한 장면으로 보는 것만으로, 원작 팬들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전히 토비의 스파이더 맨을 사랑하는 나를 포함하여.

출처 : @MSpector_JM(트위터)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은 배우가 왜 배역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와도 같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는 그 시절에 스파이더 맨을 연기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팬들에게는 스파이더 맨으로 아롯이 새겨졌다. 최근 톰 홀랜드가 한국의 어린 팬과 영상으로 인터뷰한 것이 올라왔는데, 이를 보면 덩달아 마음이 뭉클해진다. 마치 나의 스파이더 맨이 토비 맥과이어인 것처럼, 그 어린 아이의 시대에서는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 맨인 것이다.(제가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만나요? | ODG - YouTube) 우리가 아이언 맨을 영원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 기억하듯이. 배우가 사람들에게 하나의 캐릭터로 마음에 남을 때, 그 배우는 많은 이들에게 현실에서의 히어로로 남는 것이다.


극 중 닥터 옥토버스가 1대 스파이더 맨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원작의 팬으로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스파이더 맨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괴짜같던 나의 학창시절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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